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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레이더] 저유가 시대, 소비재株 주목해야
입력 2014-12-22 17:06 
지난달 27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를 기점으로 글로벌 원유시장은 치킨게임에 돌입했고 그 영향으로 국제 유가는 급락했다. 글로벌 주요 산유국들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의무 감산을 이유로 시장점유율 경쟁에서 밀리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결국 저유가 경쟁에서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강자만이 더 높은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상대적으로 손익분기점이 높은 러시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기준금리를 6.5%포인트 인상했지만 유가 바닥을 아직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루블화 가치의 안정 여부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유가 급락이 글로벌 디플레이션의 예고편이라는 우려는 지나치다. 하반기부터 시작된 국제 유가 하락의 배경은 수요보다 ‘공급우위(surplus) 부담에 있기 때문이다. 당장 글로벌 공급 부문 부담은 유가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배럴당 55~75달러 수준에서 하향 안정화될 전망이다. 저유가를 견디기 힘든 산유국들의 투항과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에 따른 수요 전망 상향 조정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저유가로 인한 수요 개선은 1980년대에도 있었다. 1970년대 오일쇼크로 인한 에너지 확보 움직임은 1980년대 상반기 북해, 알래스카 북부 해안지역 및 멕시코의 원유 생산을 이끌었고 그 결과 WTI는 10달러까지 폭락했다. 이후 미국의 근원 개인소비지출(Core PCE) 물가지수는 상승 추세를 보였고, 수요 견인(Demand-Pull)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긴 호흡으로 보면 유가 급락이 수요 회복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

물론 에너지와 자원을 중심으로 커왔던 국가들의 소비 위축과 경기 후퇴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를 이끌고 있는 주체들은 에너지 소비국이자 수입국이다. 글로벌 소비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방향이 중요하다.
유가 급락으로 오히려 이들의 소비가 살아나는 것이라면 글로벌 경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당장 달러화에 대한 해석도 달라져야 한다. 원자재 중심의 성장에서 소비로 시각을 전환한다면 달러 강세가 반드시 위험 회피 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모멘텀 신호로 작동할 수 있는 시점으로 다가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외 의존도가 높고 G2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은 유가 하락을 나쁜 뉴스로만 해석할 이유는 없다. 유가 영향을 많이 받는 투자재 또는 중간재 성격의 수출 기업은 진통을 겪겠지만 ‘소비와 관련된 업종은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것이다. 저유가로 인한 소비재의 전성시대는 아직 진행형이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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