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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野談] ‘신고출신 MVP’ 서건창…정상인가요?
입력 2014-12-22 06:48 
올 시즌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넥센의 내야수 서건창. 올해 정규시즌 MVP, 골든글러브 등 시상식의 단골손님이 됐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프로야구에서 신고선수 신화는 감동을 안겨준다. 신고선수는 눈물 젖은 빵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신고선수로 프로에 입단한다는 의미는 프로구단으로부터 정상적인 지명을 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지명을 통해 입단하는 신인 선수들처럼 계약금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시즌 직전에 정식 선수로 등록되지 않는 이상 6월1일 전까지는 신고선수 신분을 유지해야 한다. 즉 1군 무대에도 밟을 수가 없다.
신분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두각을 나타내지 않으면 방출되기 일쑤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대부분의 프로야구 선수들이 바로 신고선수들이다.
이런 점에서 2014시즌 MVP를 차지한 서건창(25·넥센 히어로즈)의 활약은 남다르다. 128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7푼, 7홈런 67타점 135득점 그리고 201안타를 기록하며 타격, 득점, 안타부문 타이틀을 차지했다. 특히 프로야구 사상 첫 200안타 고지를 허문 타자로 기록됐고, 득점 부문 기록도 갈아치웠다.
하지만 그가 고교 졸업때까지만 하더라도 프로구단이 외면했던 신고선수 출신이라는 점이 더 화제가 됐다. 그것도 방출 설움을 딛고, 한 번 더 신고선수로 기회를 받아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우뚝 섰다는 점에서.
2008년 광주일고를 졸업한 서건창은 신고선수로 LG트윈스에 입단했다. 그러나 2009 시즌 후 방출됐고, 결국 현역으로 육군에 입대해 군복무를 마쳤다. 군에서 제대한 2011년 겨울 서건창은 넥센의 입단테스트를 통과해 신고선수로 입단했고, 마무리훈련과 스프링캠프를 통해 깊은 인상을 남겨 정식선수로 등록됐다. 이어 2012시즌 넥센의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차며 그해 신인왕을 수상했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MVP와 신인왕을 모두 수상한 선수는 2006년 혜성같이 등장해 동시수상한 류현진(27·LA 다저스) 이후 서건창이 두 번째다.
그렇다면 신고선수 서건창의 MVP급 활약이 프로야구에서 처음 있는 일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프로야구는 30년 넘은 역사를 축적하면서 연습생 신화 또는 신고선수 신화를 만들어냈다.
이글스의 레전드 장종훈 코치. 내년부터 롯데 타격코치로 부임한 장종훈 코치는 연습생 신화의 원조다. 사진=MK스포츠 DB
과거 신고선수를 연습생으로 부르던 시절 최초로 MVP를 차지한 이가 바로 장종훈(46·현 롯데 코치)이다. 1986년 연습생으로 빙그레에 입단한 장종훈은 1990년부터 1992년까지 3년 연속 홈런왕, 타점왕, 장타율왕을 차지했고, 특히 1992년에는 프로야구 사상 첫 한 시즌 40홈런 고지(41개)를 허물었다. 이런 활약 속에 1991~1992년 연속으로 MVP를 수상했다. 이후 장종훈은 2005년까지 빙그레-한화로 이어지는 이글스 한 구단에서 선수생활을 했고, 그의 등번호 35번은 이글스의 영구결번으로 남아 레전드로 불리고 있다. 올해까지 한화 코치로 몸담아 이글스맨으로 불리기도 했다.
장종훈 이후 신고선수 출신으로 MVP를 수상한 이가 바로 박경완(43·SK 육성총괄)이다. 1990년 신고선수로 쌍방울에 입단한 박경완은 1994년에는 주전안방마님을 꿰찼고, 1996년 4할7푼5리라는 어마어마한 도루저지율로 리그를 대표하는 포수로 우뚝 섰다. 1997년 현대로 트레이드 된 이후에는 타격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2000년 포수 최초 40홈런, 프로야구 사상 유일무이한 4연타석 홈런 등의 기록을 세우며 홈런왕을 차지하며 정규시즌 MVP를 차지했다. SK소속이던 2004년에도 34개의 대포로 홈런왕을 차지, 명실상부한 공수겸장 포수로 자리매김했다.
비록 MVP까지는 아니더라도 수많은 신고선수 출신들이 프로야구를 빛내는 별로 떠올랐다. 장종훈과 마찬가지로 이글스의 레전드인 한용덕(49·두산 코치)은 통산 120승을 거뒀고, 조웅천(43·SK코치)은 리그를 대표하는 믿을맨으로 거듭났다. 현역 중에서도 김현수(26·두산), 손시헌(34·NC) 등이 신고선수로 입단해 대표 선수로 성장한 케이스다.
신고선수 출신인 서건창의 MVP수상은 이상한 일도 아니고 프로야구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신고선수 신화는 야구가 가진 독특한 매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실력만 있다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강한 메시지가 야구를 통해 전달되는 것이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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