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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종영③] 연출+각색+호연…‘이게 바로 웰메이드 드라마’
입력 2014-12-21 10:10 
사진제공=CJ E&M
[MBN스타 유지혜 기자] tvN 금토드라마 ‘미생은 뛰어난 연출과 각색, 배우들의 호연으로 웰메이드 드라마 반열에 올라섰다.

지난 20일 방송된 ‘미생 20회에서는 결국 원인터내셔널의 정규직이 되지 못한 장그래(임시완 분)가 회사를 나온 오 차장(이성민 분)과 함께 새로운 회사에서 근무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오 차장은 최 전무(이경영 분)의 퇴사와 중국 기업의 적대감을 불러왔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받은 후 김 대리(김대명 분)와 선 차장(신은정 분)에 뒤를 맡기고 회사를 나오게 됐다.

오 차장의 주문처럼 버티려고 했던 장그래는 결국 모두의 염원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규직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 그를 위해 힘껏 애써준 동기들을 뒤로 하고 장그래는 회사를 나오게 됐고, 그런 그의 앞에 오 차장이 나타났다. 오 차장은 작은 상사를 차려 김 부장(김종수 분)과 함께 일을 하고 있었던 것. 그의 스카우트에 장그래는 다시 상사맨이 됐다.

‘미생은 원작이 있는 드라마다. ‘직장인의 필독서라고 불릴 만큼 탄탄한 팬층이 자리잡은 동명의 웹툰을 드라마화했다. 처음 드라마의 제작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이들이 걱정했던 이유도 원작을 잘 살려낸 리메이크 드라마가 그만큼 드물었던 탓이다. 하지만 김원석 PD와 정윤정 작가는 원작을 최대한 살려내면서 영상이라는 매체에 맞도록 각색해내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원작 작가, 연출, 작가의 호흡이 두드러졌다. 김원석 PD와 정윤정 작가는 원작의 윤태호 작가와 여러 번의 회의를 거듭하며 원작의 메시지를 영상에 잘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이들의 소통은 서로의 작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드라마에 원작의 의미를 훼손되지 않게 담아내면서 윤태호 작가에도 원작의 의미를 다시금 되살리고,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이러한 영향은 오는 2015년 연재될 ‘미생 시즌2에 담길 예정이다.

각색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원작에서 장백기(강하늘 분), 안영이(강소라 분)는 그저 장그래의 동료일 뿐이다. 에피소드들도 드라마보다 더욱 짧다. 하지만 정윤정 작가는 드라마의 풍성함을 위해 캐릭터를 키워내고 짧막한 에피소드들을 확대했다. 장백기와 안영이 등에 주체성을 부여하며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가 더욱 다양해질 수 있도록 했다. 요르단 사업 또한 원작에서는 그저 장그래의 통화로 지나가는 내용이었지만, 이를 에피소드화 시켜 극의 중요한 무대로 만들어냈다.


원작에서는 내레이션이 감동이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요 매개체가 됐다. 김원석 PD 또한 내레이션을 영상화화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고, 정윤정 작가도 가장 고심했던 부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윤적 작가는 길고 자주 등장하는 내레이션이 모두 등장하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고 판단, 내레이션을 영상물에 맞게 최대한 짧게 편집해 장그래의 독백으로 삽입했다. 이를 통해 장그래가 주인공임에도 불구, 제 3의 시선으로 치열한 일반인들의 삶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미생 속 배우들의 활약도 크다. 특히 이번 드라마에서는 시청자들에 낯선 배우들이 대거 등장했다. 한석율 역의 변요한, 김동식 대리를 맡은 김대명 등이 대표적인 인물인데, 이들은 주로 연극 무대나 독립영화 분야에서 활동하며 커리어를 쌓은 인물이다. 유명하지는 않아도 나름의 경력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고 연기력을 갖췄다. 전석호(하대리 역), 태인호(성대리 역), 오민석(강대리 역)등이 이에 해당한다.

시청자들에 낯선 배우들임에도 이들은 각 캐릭터들을 십분 살려내며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특히 변요한, 김대명, 전석호 등은 첫 드라마 출연인데도 불구, 연일 검색어에 오르내렸다. 오민석은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얼굴을 알리는 한편, 곧바로 차기작에 합류하는 기염을 토했다.

사진제공=CJ E&M
조연뿐만 아니라 짧은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조연이나 단역들마저도 화제가 됐다. 박 과장 역을 맡은 김원희. 박 대리 역의 최귀화, 마부장 역을 맡은 손종학 등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고, 신다인 역의 박진서나 영업2팀 장미라 역의 김가영처럼 별다른 대사 없이 화면에 자리했던 이들에게도 관심이 이어졌다.

이처럼 ‘미생은 유명하지 않지만 연기력이 탄탄한 배우들을 대거 기용, ‘스타파워가 아니라도 드라마가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연기력 논란이 있음에도 유명한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출연시키느라 바쁜 다른 드라마들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다. 실력 있는 배우들을 재발견했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방송계에 연기력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겠냐는 자성의 목소리를 키워낸 점도 뜻깊다.

원작 웹툰의 메시지, 이를 잘 담아낸 연출과 각색,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지면서 ‘미생은 대성공을 거두게 됐다. 한 때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가 아닌, 메시지와 방송계에 던진 의미 등으로 ‘미생은 웰메이드 드라마로 손꼽히게 됐다. 이에 과연 ‘미생의 시즌2가 이뤄질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20일 종영한 ‘미생은 주인공 장그래(임시완 분)가 프로바둑입단에 실패한 후 냉혹한 현실에 던져지면서 겪는 이야기다. ‘을의 고군분투라는 점에서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내며 케이블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7%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방영 내내 큰 사랑을 받았다. 오는 26일에는 ‘미생의 스페셜 편이 2회에 걸쳐 방영될 예정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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