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압구정 백야’…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건가요?

[MBN스타 금빛나 기자] 방송국 예능국을 배경으로 한 가족 이야기를 다룬다는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가 안방극장에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도대체 무엇일까. 초기 기획의도처럼 예능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그저 백야(박하나 분)의 복수과정을 그리고 싶은 것일까.

전작 ‘오로라 공주로 막장드라마 역사에 새로운 환 획을 그으며, 한때 연예계 퇴출여론이 조성되기도 했던 임성한 작가가 ‘압구정 백야로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논란의 중심에 있지만 ‘시청률 메이커로 유명한 임성한 작가인 만큼 시청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평균 시청률은 10%대 초반으로 명성에 비해 무척이나 저조한 성적이다. 이 같은 시청률이 낮게 나오는 것에 대해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들의 특별한 만남, 운명이라 믿습니다외에는 기획의도도 없으며, 그 흔한 한줄 텍스트 예고도 볼 수 없다. 초반 지나치게 비밀주의로 가다보니 ‘압구정 백야의 전체적인 뼈대를 파악하기가 어렵고, 이에 시청자들은 흥미를 잃어버린 것이다.

여기에 방송국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라고 하지만 정작 방송국은 그저 남자주인공 화엄(강은탁 분)의 직업이 PD라는 설정을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방송국 출연 빈도수가 현저히 낮을 뿐 아니라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의 노고를 찾아보기 힘들다.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왜 극의 배경이 왜 방송국이 됐는지 납득할 수 있게끔 해야 하는데, 백야와의 사랑이 싹트는 곳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별한 에피소드가 존재하지도 않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극 초반 화엄이 PD로 활동하는 프로그램에 일반인 출연자로 방송을 타며 유명세를 끌 줄 알았던 백야(박하나 분)는 현재 자신을 버린 엄마 은하(이보희 분)를 향한 분노에 그저 부들부들 떠느라 바쁘다. 이런 백야의 태도는 극을 ‘복수극보다는 ‘복수다짐극에 더 가깝게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모습은 임성한 작가의 전작 ‘인어아가씨와 비슷해 보이지만 이에 비하기에는 너무 약하다. ‘인어아가씨의 아리영(장서희 분)이 복수에 목표를 세우고 거침없이 나갔다면, 백야는 그보다 소극적이며 매 순간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단을 유혹하면서도 그에게 미안함을 가지고 있는 백야는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이다. 미안하다. 내가 잘 하겠다며 유약한 모습을 비추기도 했다.

백야의 복수는 아리영에 비해 독기도 없고 늘 똑같은 과정만 반복하고 있으며, 러브라인 역시 남자주인공 화엄과 흔들리고 나단에게 약해지면서 답답함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느림보로 진행되면서 매번 지적됐던 개연성 부족 부분이 어느 정도 완화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스토리 전개에 정체를 불렀고, 안방극장에 지루함과 함께 이 드라마가 어떤 내용을 다루는 드라마인지 헷갈리게 하고 있다. 어찌됐든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았던 백야의 복수가 드디어 시작됐다. 백야는 은하가 애지중지 키운 아들 나단(김민수 분)을 유혹해 그들이 부잣집과 사돈을 맺는 것을 훼방하는 동시에 친했던 나단과 은하의 사이를 이간질한 것이다.

지난 19일 방송에서 백야에게 완전히 빠져든 나단은 드디어 은하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백야임을 밝히며 갈등이 심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백야가 자신의 친딸임을 모르는 은하가 나단의 고백을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눈길을 끈 것이다. 여기에 백야를 좋아하는 화엄과 그런 화엄을 유혹하려는 나단의 동생 지아(황정서 분)의 관계가 얽히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마칠 준비가 됐음을 알렸다. 50회가 지나고 앞으로 남은 70회를 앞두고 ‘압구정 백야는 이제 전체의 1/3를 넘긴 상황이다. 이제는 자신의 정체가 무엇이며,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지 밝혀야 할 때가 다가왔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