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구업체 '이케아'의 한국 진출로 국내 가구업체들의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케아는 전 세계 26개 국가에서 연간 약 40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업체다. '가구업계의 공룡'으로 불리는 이케아는 지난 18일 한국에 첫 점포를 열었다.
19일 한국거래소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던 한샘, 현대리바트, 에넥스 등 국내 대표 가구업체들의 주가가 지난 10월말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샘은 지난 10월 24일 14만7500원을 고점으로 하락을 거듭해 현재 25.4%가 빠진 11만원대로 주저앉았다.
현대리바트는 10월 23일 4만8500원으로 최고가를 찍고 한달 만에 60% 이상 폭락, 장중 한 때 3만원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여전히 최고가 대비 30% 가까이 빠진 상태다.
10월 말을 기점으로 급격한 가격 조정이 이뤄진 에넥스 역시 2000원대에서 1500원대로 밀려났다.
실적을 앞세워 상승세를 타던 가구주들의 앞길을 가로막은 것은 이케아 등장의 영향이 크다.
앞서 한국어 홈페이지 오픈만으로 국내 가구 관련주의 주가를 큰 폭으로 끌어내렸던 이케아는 지난 18일 경기도 광명시에 1호점을 열어 영업을 본격화했다. 한파에도 불구하고 개점 첫날 2~3만명의 소비자들이 광명점을 다녀간 것으로 이케아 측은 추산하고 있다.
이미 국내 가정용가구 판매는 비수기에 접어든 가운데 좀처럼 식지 않는 이케아의 인기는 국내 가구업계를 위협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케아가 건설사에 대한 특판영업도 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 가구시장을 일부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최근 국내 가구주들의 주가 하락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광명점이 이케아의 한국 1호점이란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점당 평균 매출액(1300억원)의 2배가 넘는 3000억원 달성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와 국내 가구업계를 더욱 불안에 떨게 한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케아의 한국 1호점이란 점에서 광명점은 온라인 매출을 포함해 약 3000억원의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광명점은) 롯데 프리미엄 아웃렛과 통로로 연결돼 있고 대형마트 코스트코와도 가까워 강한 트래픽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케아의 저가 전략에 맞서 국내 가구업체들이 너도나도 파격적인 할인전을 펼칠 경우 실적에 직격탄을 날릴 우려가 크다. 향후 가구주들의 주가 전망이 부정적인 이유다.
정영훈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케아의 한국 진출은 호재라기보다는 악재 요소의 측면이 더 많다”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가격에 대해 이케아가 조정에 나서 공격적인 정책으로 돌아설 경우 국내 가구업체들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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