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2월 17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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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KAI)의 저주인가.'
국내에서 준독점적인 지위를 가진 방위산업체 한국항공우주를 인수시도했던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이 모두 최근 어려움에 처하자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이같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은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공 회항'사태로 사주일가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일부 노선 운항정지 등 사업에 타격을 입고있고 현대중공업은 올해 3분기까지의 영업적자가 3조원에 달하며 창사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KAI 매각은 2년전 2012년8월 첫 시도됐다. 대한항공은 '그룹의 숙원사업'이라며 일찌감치 인수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1차 예비입찰에 대한항공만 참여하며 유찰됐고 한달 뒤 진행된 2차 입찰과정에서는 현대중공업이 뒤늦게 합류하며 극적으로 매각의 불씨는 살아났다. KAI의 최대주주는 정책금융공사(26.4%)로 국가계약법상 유효경쟁이 성립해야만 매각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노조의 반대 등 진통 속에 본입찰이 진행됐으나 그해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대권 유력후보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모두 매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자 매각동력은 사실상 상실됐다. 당초 강력한 인수의지를 보였던 대한항공이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고 현대중공업만이 참여해 매각은 결국 불발됐다.
KAI 매각은 지난해에도 진행됐으나 매각측인 정책금융공사를 위주로 한 주주협의회가 매각공고를 내는 등 본격적인 매각작업을 진행하지는 않았다. 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당시 실사까지 마쳤으나 유효경쟁이 성립되기 어렵다고 보고 매각공고를 내지 않았다"며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 외에 제3의 후보가 나타나기를 기다렸지만 시장조사 결과 추가 잠재 매수자가 없는 것으로 결론냈다"고 말했다.
당시 KAI 지분은 정책금융공사가 26.4%를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테크윈(10%), 현대자동차(10%), 두산그룹(5%), 오딘홀딩스(5%), 산업은행(0.34%) 순이다. 매각지분은 정책금융공사가 보유한 지분 가운데 11.41%와 나머지 주요 주주의 지분을 합한 41.75%다.
올해 KAI매각은 시도조차 되지 못했다. 지난해 중순 정부가 정책금융체계 개편을 통해 정책금융공사를 산업은행으로 흡수합병키로 결정하자 매각 동력마저 상실된 탓이다. 한편 지난 2월 국내 사모펀드 미래에셋 PE와 IMM PE로 구성된 오딘홀딩스는 보유지분(5%) 전량을 매각하며 매각지분은 기존 41.75%에서 36.75%로 줄었다.
매각주체와 인수주체가 부재하며 경영권 이슈에서 자유로웠던 KAI는 승승장구했다. 2012년 1535억원에 달했던 매출액은 지난해 2016억원으로 올해는 작년을 웃도는 2100억~2300억원을 낼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주가도 이에 화답해 올해 들어 주가는 지난 11월초까지 50% 가량 올라 4만원 중반까지 상승했다.
내년 통합 산업은행 출범과 함께 KAI 매각이 재개될 예정이지만 매각은 여의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지난해보다 KAI 주가가 더 오른 상황에서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자금력을 가진 후보자가 쉽게 나타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대기업 빅딜에 사모펀드가 참여하는 경향이 높지만 KAI의 경우 방위사업체이기 때문에 투자한도 규정이 있어 일반 기업 매각에 비해 까다롭다. 정부의 특별 승인 없이는 외국기업은 지분을 10%까지만 살 수 있는데다 사모펀드 참여시 투자주체를 두고 논란이 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삼성그룹과 한화그룹간의 빅딜로 인해 삼성테크윈을 한화가 인수하며 삼성테크윈이 보유한 한국항공우주 지분 매각에 대한 일부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지분매각을 함께 하는 주주협의회의 협의사항으로 2015년말까지 개별 매각이 불가능하다. 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주주협의회에서 약정한 계약을 깨고 개별 매각을 하려면 이에 상당하는 벌금을 내야한다"며 "삼성테크윈을 인수한 한화가 보유한 한국항공우주 지분(10%)을 내년말 이전에 개별 매각할 가능성은 작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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