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박춘봉, 이틀동안 시신훼손·유기 끝내”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 사건 피의자인 박춘봉(56·중국 국적)이 동거녀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하는 등 증거인멸을 완료하는 데 단 이틀이 소요된 것으로 조사됐다.
살해 후 시신을 훼손하고 토막시신을 여기저기에 갖다 버리는 끔찍한 짓을 저지르고도 나흘 만인 이달 2일부터 버젓이 직장에 다시 나가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8일 박이 지난달 26일 동거녀 40대 김모씨를 살해한 후 지난달 27일과 28일 이틀에 걸쳐 시신을 처리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확인 중이라 밝혔다.
앞서 경찰은 박이 이달 3일 오전 2시께 비닐봉지를 들고 팔달산으로 향하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바탕으로 시신훼손·유기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3일 새벽까지 약 1주일에 걸쳐 진행된 것으로 파악돼왔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박이 점차 세부적인 행적에 대해 진술하면서 시신훼손과 유기가단 2일만에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달 3일 새벽 팔달산 방면으로 들고 간 비닐봉지는 박의 주장대로 쓰레기를 담은 봉지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조사된 바에 따르면 박은 지난달 26일 오후 2시께 매교동 전 주거지에서 김씨를 살해한 뒤 오후 6시 교동 반지하방을 가계약하고 돌아왔다가 저녁 늦게 수원역 인근 여인숙에 '달방'을 구했다.
이후 27일 오전부터 전 주거지에서 시신을 훼손하고 같은날 오후부터 28일 오전 사이 교동 반지하방으로 시신을 옮겨 이곳에서 본격적인 훼손을 시작했다.
전부 7가구가 거주하는 교동 단독주택의 10월 수도사용량은 53t이었으나 11월 59톤으로 무려 6톤 증가했다. 박이 가계약하고 잠시 머문 이 반지하방은 1년가량 비어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김장철이긴 하지만 월세 거주자들이 모두 김장을 하지는 않는 것을 감안하면 수도사용량 증가분의 상당량이 시신 훼손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박은 27일 오전과 28일 오전 두 차례에 걸쳐 택시를 타고 오목천동 야산으로가서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27일 오전 박이 탄 택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다음날 박을 태운 택시 운전기사는 경찰에서 '박은 검은색 가방을 메고 택시를 탔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거인멸을 완료한 박은 지난달 30일 거처를 서울 지인의 집으로 옮겨 이달 2일부터 자신이 일해온 공사장에 출근해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거녀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지 단 4일만이다.
이달 6일까지 서울에서 통근하면서 계속 출근한 박은 8일 수원으로 다시 와 치과치료를 받은 뒤 9일 포천에서 김씨의 휴대전화기를 유기하고 11일 또다른 여성을 만나 모텔로 가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해당 여성은 그동안 알려진 바와 같이 노래방 도우미가 아닌,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이며 둘은 가끔 만나온 사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경찰은 박에 대한 행적조사를 마무리하고 19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매경닷컴 속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