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2월 16일(16:04)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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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중국물이 대거 글로벌 채권시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올해 들어 한국물(KP) 금리가 연일 최저 금리를 경신(채권 가격 상승)하면서 투자매력이 크게 줄었다. 내년부터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대거 중국 채권 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다."
황윤성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채권자본시장(DCM) 한국 부문장(헤드)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올해 하반기부터 KP물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며 "한국 정부와 은행, 공공기관이 수요 걱정 없이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시대는 이제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국물은 한국 정부와 금융기관 기업 등이 원화가 아닌 외화로 발행하는 채권을 일컫는다.
황 부문장이 이처럼 한국물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내놓는 이유는 최근 글로벌 채권투자자들 사이에서 중국물 투자 수요가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어서다. 특히 지난 하반기 이후부터 중국물 투자수요가 한국물 투자수요를 빠른 속도로 빨아들이고 있다는 게 황 부문장의 설명이다.
BOA메릴린치에 따르면 올해 한국 정부와 공기업, 국책은행 등이 발행한 한국물 채권은 367억달러(39조9500억원)규모다. 이 중 아시아 채권시장 주요 투자자인 미국계 투자자 참여 비중은 연 평균 44%를 보였다. 그러나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보면 하반기 비중은 25%에 그쳤다. 하반기 들어 미국계 투자자금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는 의미다.
한국물은 지난 2009년까지만 해도 아시아 채권시장에서 경쟁자가 없는 '맹주'였다. 전체 아시아 채권시장에서 한국물 비중은 33%(246억달러)를 차지했고 중국물 비중은 3%(16억달러)에 그쳤다. 그러나 이후부터 중국물 채권 물량이 급증해 아시아 채권시장 절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올해 말 기준으로 중국물 채권 발행량은 1367억원으로 한국물 채권 발행량의 3배를 웃돈다.
특히 올해 하반기 중국물 물량이 대규모로 시장에 나오는 사례가 잦아지면서 같은 시기에 발행을 시도했던 한국물들이 상대적으로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최근 국내 한 기업은 달러표시 채권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를 모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같은 시기 중국 인터넷업체 알리바바가 올해 80억달러 대규모 채권 발행을 시도하면서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당시 글로벌 투자자들은 알리바바 채권을 사기 위해 보유채권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황 부문장은 내년 중국물 채권시장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글로벌 채권시장에서는 내년 중국 은행권에서만 한국물 전체 발행량보다 많은 440억달러 규모 고금리 후순위채 발행이 쏟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황 부문장은 "내년부터는 중국물 사이에서 한국물이 채권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채권시장 주요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채권 물량공세를 피해 한 번 발행할 때 발행 규모(딜 사이즈)를 늘리면서, '뉴 이슈 프리미엄'으로 투자자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 이슈 프리미엄이란 정부나 회사가 제시한 발행금리에 일정한 수준으로 얹어주는 추가금리를 뜻한다.
국내외 채권투자자들 관심사인 '미국 금리 인상 시기'는 내년 하반기를 점쳤다. 황 부문장은 "글로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미국에서는 내년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대세"라며 "9월과 10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BOA메릴린치는 미국 월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IB중 하나로, 한국에서 가장 많은 KP물 딜(Deal)을 주간하고 있다. 2년 전 글로벌증시에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그레이트로테이션' 화두를 던지고 미국 증시 강세장을 예고하기도 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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