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일용직 정 모씨(56)는 매달 25만원씩 내는 15년 만기 종신보험을 유지하느라 허리가 휠 것 같지만 해약은 꿈도 못 꾼다. 질병 등에 대비해 이렇다 할 대비책이 없는데다 보험 유지를 위해 대출까지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억울해서다. 중도에 해약하면 손해가 커 아깝다는 생각도 떨쳐버리기 쉽지 않다. 정씨는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다가오는 보험료 납입일이 걱정이다.
#주부 이 모씨(54)는 12년 전 가입한 자녀의 종신보험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보험약관대출을 받았다. 12년간 납입한 보험료만 1400만원인데 해약하려니 환급금이 적어 너무 억울하고 아까워서다. 이씨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보험사에서 연 7.5% 이자율로 50만원을 대출해 미납된 보험료를 냈다.
질병, 사고 등에 대비해 가입한 보험이 불황을 만나 '애물단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고용불안이 심해지면서 보험료 부담에 대출까지 받는 등 서민 가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약관대출이 증가세다. 3월말 기준 잔액은 49조5000억원으로 매달 늘어 6월말 49조9000억원에 달했다. 3개월 새 4000억원이 불어난 것. 이후 잔액은 7월 50조1000억원, 8월 50조2000억원, 9월 50조4000억원으로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약관대출은 보험계약을 담보로 별도 심사 없이 수시로 대출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서민들이 급전마련 수단으로 주로 이용하며 경기침체에 그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약관대출 사용처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지만 상당 부분은 보험료 납입 용도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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