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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銀도 사외이사 전원사퇴…당국 “KB쇄신 미흡”
입력 2014-12-15 17:16  | 수정 2014-12-15 19:24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조직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외친 ‘소매금융 1위 탈환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당장 LIG손해보험 인수 능력을 의심하는 금융당국에도 분명한 메시지를 줘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금융위원회는 승인을 거부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KB금융그룹에 조속한 쇄신책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KB금융지주 사외이사 전원 사퇴에 이어 15일 국민은행 사외이사도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후임 사외이사진이 구성되면 전원 물러나기로 했다. 윤 회장 요청에 따른 결정이다.
윤 회장은 이날 오전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을 만나 지배구조 개편과 LIG손해보험 인수를 위해서는 사외이사들 용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사퇴 의사를 밝힌 사외이사는 강희복 시장경제연구원 상임이사, 조인호 덕성여대 교수, 송명섭 중앙대 교수다. 지난 10월 의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내년 4월 전에 사퇴할 것이라고 천명했던 김중웅 사외이사(전 의장)도 내년 3월 주총까지만 임기를 유지하기로 했다.
또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은 내년 3월 주주총회 때 새로운 사외이사들이 선임될 때까지 임기를 수행하지만 새 사외이사 선출 과정에는 관여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외이사 책임론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이 사추위를 결성하게 되면 여론 비난과 더불어 금융당국 제지도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회장은 추가 조직 쇄신안을 이른 시일 안에 내기로 했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사외이사 전원 퇴진만으로 LIG손보 인수 능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24일 금융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 금융당국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플러스 알파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KB금융에서 벌어진 잇단 사고와 관련한 담당 임원에 대한 문책 인사와 KB금융그룹 지배구조 개선 방안 마련이다. 일본 도쿄지점 부실 대출 사건에서부터 국민주택채권 횡령, 고객정보 대규모 유출에 이르기까지 지난 1년 동안 터진 각종 금융사고에 대한 재발 방지책이 절실하다. 금융회사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연이어 터졌기 때문에 문책 인사를 비롯한 쇄신안이 시급하다. 이 과정에서 출신 은행별로 채널1(국민은행 출신)과 채널2(주택은행 출신) 간 고질적인 내부 갈등 수습책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조직 내부에서도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윤 회장으로선 부담이다. 국민은행 한 지점장은 윤 회장이 취임하면서 기대를 많이 했지만 솔직히 3주 동안 인상적으로 남는 일을 한 게 뭐가 있느냐”며 각종 사고와 내분 사태 한가운데에 있으면서 경영진과 사외이사들 판단을 흐리게 했던 당시 임원들 인사조치도 못하지 않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대로 KB금융이 예전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는 절망감도 든다”며 변화와 쇄신을 원했던 직원들 열망이 또다시 패배감으로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지점장도 지난주 차기 행장이 정해진 우리은행은 취임도 하지 않은 행장 내정자가 곧바로 인사를 단행하면서 조직을 추스르고 있는데 KB는 조직 안정만 내세울 뿐 혁신은 안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따라 정기인사 이전에 별도 문책 인사가 나올 수도 있다. 지배구조 개선안 마련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KB금융지주는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오는 19일 지배구조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KB금융지주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정부, 학계, 연구기관 관계자 등을 초청해 주제별 토론 방식으로 진행된다. 금융지주 지배구조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높여왔던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소장), 전성인 홍익대 교수,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등이 주요 참석자로 거론되고 있다. 주식회사에서 토론회를 열어 자사 지배구조를 논의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지주 사장직 부활 여부를 포함한 이사진 구성 개선 방안도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금융당국도 금융감독원의 부문검사 결과와 KB금융 측 쇄신안을 고려해 LIG손보 인수 승인 여부를 오는 24일 결정할 예정이다.
[송성훈 기자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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