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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프로스트’, 지나친 우연이 만들어낸 ‘친절한 수사극’
입력 2014-12-15 07:52 
사진=닥터프로스트 방송 캡처
[MBN스타 유지혜 기자] OCN 일요드라마 ‘닥터 프로스트 속의 주인공 프로스트 교수(송창의 분)의 활약상이 두드러지지 못하면서 기대에 못 미치는 전개를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방송된 ‘닥터프로스트 4회 ‘위험한 사랑편에서는 애정망상 환자인 배두한(유건 분)에 납치를 당한 송선(이윤지 분)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닥터 프로스트 일행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송선은 자신의 내담자들이 차례로 퍽치기를 당한 것에 이어 협박 편지를 받자 신변의 위협을 느꼈다. 남태봉 형사(성지루 분)와 윤성아(정은채 분), 프로스트 교수는 곧 행정실에 근무하는 배두한이 범인임을 알아냈고, 호두 알레르기 때문에 목숨까지 위태로워진 송선을 제때 구출해내는 것에 성공했다.

‘닥터 프로스트는 0.2초만에 다른 이들의 행동을 보고 심리를 파악해내는 천재 교수 닥터 프로스트가 사건을 해결하는 심리 수사극이다. 하지만 주인공 닥터 프로스트의 활약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으면서 극은 흡인력을 점점 잃고 있는 형국을 보인다.

매회 발생하는 사건은 닥터 프로스트와 윤성아, 남태봉 형사가 힘을 합쳐 해결한다. 하지만, 닥터 프로스트의 천재성으로 해결되는 사건은 거의 없다. 닥터 프로스트는 대부분 윤성아와 남태봉 형사가 건져 올린 단서들을 조합해 결론을 유추할 뿐인데, 이는 굳이 천재가 아니라도 도출 가능한 결론들이어서 천재의 활약상치고는 초라했다.

이마저도 4회가 지난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사건이 우연에서 비롯된 단서들로 해결돼 닥터 프로스트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이번 회에서도 협박 편지를 보낸 범인을 잡는 것에 공헌을 한 것도 윤성아가 편지에 쓰인 폰트가 일반 문서 프로그램에서는 없는 독특한 폰트라는 점을 알아낸 것이 주효했다. 배두한이 의심스럽다는 것도 CCTV 영상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위치가 불분명한 배두한의 집을 알아낸 것도 우연히 듣게 된 라디오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일전 윤성아가 결혼한다는 배두한에 여자들은 라디오 사연으로 프로포즈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조언한 것과 차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사연이 일치하면서 IP추적을 통해 위치를 추적하게 된 것. 이날 닥터 프로스트가 활약한 것은 단지 송선 교수의 가방에서 알레르기 약을 꺼내 제때에 주사한 것 밖에 없었다.


주인공이 나설 자리를 우연이 잠식해 버리는 통에 수사극이 줄 수 있는 사건 해결의 카타르시스는 ‘닥터 프로스트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천재 주인공의 원맨쇼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는 당연히 김이 빠지기 때문이다. 지나친 우연도 보는 이로 하여금 ‘만약 저 타이밍에 저 말을 듣지 못했다면?이라는 의문점을 들게 만들었다.

이와 더불어 ‘닥터 프로스트는 사건의 범인과 피해자 사이를 메워주는 단서들이 많지 않고 사건 자체도 진부하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닥터 프로스트의 범인을 금세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이 많은 것은 단순한 사건 개요의 탓이 크다.

단순한 사건의 개요가 지나친 우연으로 맥없이 풀려 버리니 시청자들의 몰입도가 떨어졌다. 수사극의 백미는 흩어진 수많은 단서들을 차례로 정리해 이들이 가리키는 한 명의 범인을 검거하는 일이다. 하지만, ‘닥터 프로스트는 친절하게 나열된 몇 개의 단서들을 따라가다 범인을 만나게 되는 ‘지나치게 친절한 수사극이 돼 버렸다.

애초에 의도한대로 닥터 프로스트가 조금씩 감정을 배워 나가는 ‘성장 드라마의 면모는 차츰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의 장르는 어찌됐든 ‘수사극이다. 경찰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 협력을 요청할 만큼 어려운 사건이 등장해서, 천재 심리학자인 닥터 프로스트가 ‘척하고 해결하는 모습은 대체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시청자들의 바람은 그저 제목처럼 닥터 프로스트의 천재적인 활약상을 보는 것뿐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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