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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신해철’ 눈물의 49재…“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종합)
입력 2014-12-14 15:19  | 수정 2014-12-14 16:05
[안성(경기)=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자랑할 것은 없지만 부끄럽고 싶지 않은 나의 길, 언제나 내 곁에 있는 그대여! 날 지켜봐주오. 당신의 팬이었음에 행복했습니다.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신해철의 26년 지기들)
고(故) 신해철의 49재가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추모관에서 14일 치러졌다. 유족과 음악적 동료들을 비롯해 팬 250 여 명(추모관 측 추정)이 한데 모여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49재는 다음 세상, 좋은 곳에서 사람으로 태어나기를 비는 불교식 제례의식이다. 고인은 천주교 신자였으나 많은 이의 정서를 고려해 이날 49재가 진행됐다. 유족은 별도로 50일 매일미사를 진행 중이기도 하다.
고인의 노래 '민물장어의 꿈'이 식장에 울려퍼지는 가운데 팬들은 보라색 리본을 가슴에 달고 하나 둘 추모관에 모였다. 보라색은 고 신해철이 세 번째로 좋아하던 색이다. 가장 좋아했던 색은 검정색과 노란색인데, 여러 사정을 고려해 보라색을 팬들은 택했다.
그렇게 자신의 심장에 고인의 추억을 새겨둔 팬들은 말이 없었다. 누구는 그에게 보내는 편지를 적었고, 누구는 그 옆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영하 9도의 쌀쌀한 날씨보다 추운 건 그들의 마음이었다.
팬 홍옥기 씨는 대표로 추모사를 낭독했다.
홍씨는 "'우리는 왜 사는가'라는 질문에 '위대한 업적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알려준 멋진 남자가 있었다. 이제 우리는 그 남자와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하려 한다. 여전히 그의 부재를 실감하기 어렵지만 그를 위한 마음으로 우리는 여기에 모였다"고 했다.
홍씨는 이어 고인에 대해 "조언자이자 친구, 좀 놀아본 형이자 오빠로 늘 우리와 동행했다. 사회 전반에 관심을 가진 그의 눈길에는 따스함이 묻어 있었다. 인간으로 어떻게 살아야할 지 고민하며 알려주고 슬퍼하던 그는 진정한 우리의 친구였다"고 회고했다.
또한 "그는 타협하지 말고 자신의 삶을 살라며 한 발 앞서 손을 내밀던 버팀목이자 동반자였다. 그와 오래 함께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다는 게 마음이 아프고 저려온다. 그에게 빚진 것이 너무 많은데 갚을 수 없다는 게 아쉽고 또 아쉽다. 무슨 말로 그를 위로할 수 없고, 남겨진 우리도 위로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며 슬퍼했다.
하지만 팬들은 믿고 있다. 홍씨는 "거울을 보며 이 세상을 버틸 수 있는 힘을 준 그를 떠올리려 한다. 좋았던 기억과 따스한 추억을 갖고 평안하길 기원한다. 우리는 그대를 지켜며 그대를 믿으며 당신의 음악과 격려의 말을 영원히 기억하겠다. 동시대를 살며 팬이 될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추모사를 매조지었다.
49재 예식은 장소가 협소한 관계로 유족부터 예배를 드린 후 팬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뤄 진행됐다. 고 신해철의 자제 지유(9)양과 동원(7)군도 어머니 윤원희 씨의 손을 꼭 잡은 채 함께 했다. 동원 군은 주변의 많은 방송국 카메라가 신기한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이내 곧 어머니와 함께 고인의 영정 사진 앞 무릎을 꿇고 아버지를 그리워했다.
고 신해철은 10월 17일 서울 S병원에서 장협착 수술을 받은 후 고통을 호소하다가 같은달 22일 갑작스러운 심정지에 이르렀다. 당시 서울아산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결국 의식 불명 상태에서 10월 27일 세상을 떠났다.
아내 윤씨는 고 신해철의 장협착 수술을 한 S병원의 의료사고 가능성을 수사해달라며 K원장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 때문에 K원장은 두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으나 혐의를 부인했으며, 경찰은 국과수 부검 결과와 의협·의료중재원의 감정을 토대로 계속적인 수사를 펴고 있다.
1968년생인 고 신해철은 서강대학교 철학과 재학 시절이던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 밴드 무한궤도로 출전, '그대에게'로 대상을 받고 데뷔했다. 이후 솔로 가수와 그룹 넥스트 등 음악 프로듀서로도 나서며 '천재 뮤지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고 신해철의 49재 추모곡으로는 '날아라 병아리'가 불려졌다. '굿바이 신해철(얄리),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굿바이 신해철.'

fact@mk.co.kr / 사진=유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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