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달 매출 400만원. 손에 떨어지는 이익은 고사하고 40여명 직원에게 월급을 줄 수도 없었다. 2002년 설립돼 이달 코스닥시장 이전 상장을 앞둔 랩지노믹스 사업 초창기 얘기다.
이제 랩지노믹스의 월 평균 매출은 상반기 기준 18억9000만원, 직원 수는 200여 명에 이른다. 작지만 탄탄하게 회사를 키워왔다는 진승현(48·사진) 랩지노믹스 대표를 9일 판교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내년이야말로 노력한 성과를 '숫자'로 증명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랩지노믹스는 분자진단 및 헬스케어 전문업체로 그동안 진단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춰 왔다. 영업이익은 크지 않으나 9년간 흑자를 이어온 회사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13억3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2.6%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매출의 67% 수준이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5억7000만원, 13억7000만원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을 초과 달성했다. 지난해 코넥스 상장 이후 1년 5개월 여 만에 코스닥시장 이전상장을 앞두고 있다.
진 대표는 처음 친형의 사업을 지켜보다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의 형은 메디포스트의 초기 설립자 중 한명인 진창현 씨다. 이후 진 대표는 메디포스트 의학연구소에서 일하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사장과 함께 랩지노믹스를 설립했다. 손에 떨어지는 것 없이 적자에 시달리던 랩지노믹스는 2005년 유방암의 원인 유전자로 꼽히는 BRCA1와 BRCA2 진단방법 특허를 획득하면서 본 궤도에 올랐다.
진 대표는 "초기에는 전국에 있는 모든 세미나를 대표인 내가 직접 방문해 우리 서비스를 홍보했다. 거의 영업사원이었던 셈"이라며 "눈앞이 캄캄할 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단사업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의 진단사업에 대한 확신은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상장 이후 내년이야말로 새로운 도약을 위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었다.
진 대표는 "내년 1월 성감염 진단 제품 출시를 시작으로 다양한 신사업이 새롭게 시장에 선보이게 될 것"이라며 "그동안의 연구개발 성과가 숫자로 나타나는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랩지노믹스는 내년 1월 13종의 성감염 병원균을 진단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해당 제품은 이미 중국에 기술이전 계약을 완료해 중국 시장 내에서 인·허가가 이루어질 경우에는 로열티 수입도 기대되고 있다. 같은 달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반의 기형아 선별검사 서비스의 임상도 완료된다. 기형아 선별검사 서비스는 1월 임상 종료 이후 논문 발표를 거쳐 3월 국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뎅기열, 말라리아 진단이 가능한 키트와 암 맞춤치료 사업도 선보인다.
그는 "상장 이후에는 그간 서비스에 치중했던 사업을 본격적으로 제품화할 것"이라며 "서비스의 경우 국내 시장에 국한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제품으로 구현하게 되면 해외 수출이 용이해져 향후 성장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200여개 이상 병원과 마케팅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앞으로 2~3년의 구체적인 계획도 세워놓은 상태"라며 "이미 만반의 준비를 갖췄기 때문에 내년부터 매출이 크게 늘어나리라는 자신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상장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 역시 공장의 증설과 인력 확보, 해외 투자에 쓰겠다는 입장이다. 랩지노믹스의 공모주식수는 25만주, 공모가는 1만3200원으로 확정돼 약 33억원의 자금이 조달된다.
진 대표는 "공모금액에 회사의 유보자금을 더해 신규 제품 생산을 위한 GMP(우수의약품 제조·관리기준) 공장을 증설할 것"이라며 "아울러 연구인력 확보, 중국과 인도네시아 합작 회사를 설립하기 위한 해외 투자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바이오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앞서 랩지노믹스는 5일과 8일 이틀간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주 청약을 305.88:1의 경쟁률로 마감했다. 9일 증거금 납입과 환불을 거쳐 오는 16일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매매거래가 개시된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