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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구號’ 우리銀 첫 인사 안정택했다
입력 2014-12-09 04:02 
우리은행이 부행장 4명을 퇴임시키고 차기 행장으로 내정된 이광구 부행장 자리까지 포함해 5명의 신임 부행장을 임명했다. 이번 인사에는 개인 능력도 감안했지만 조직 안정을 위해 우리은행의 전신인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 비율을 감안하던 관행이 관철됐다는 분석이다.
이르면 이번주 말 인사를 할 것으로 보이는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서도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기존에 출신 은행을 감안하던 인사 관행에 변화를 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8일 상무에서 집행부행장으로 5명을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김종원 마케팅지원단 상무는 부동산금융사업본부 부행장으로, 손태승 자금시장사업단 상무는 글로벌사업본부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또 유점승 외화사업단 상무는 HR본부 부행장으로, 김옥정 WM사업단 상무는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으로, 이동빈 기업금융단 상무는 여신지원본부 부행장으로 각각 승진·발령났다.
김옥정 부행장은 우리은행 최초의 여성 부행장으로 기록됐다.

이달 말까지 임기가 남아 있는 이동건 수석부행장은 유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남기명 경영기획본부 부행장은 개인고객본부 부행장으로, 채우석 여신지원본부장은 중소기업본부 부행장으로, 박기석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은 경영기획본부장으로 각각 이동했다. 이 밖에 본부장급 7명이 상무로 승진했다.
우리은행은 이날 경영협의회를 열고 63개인 본부 부서를 56개로 통합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개편에서 IT 금융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핀테크(Fin Tech)사업부를 스마트금융사업단 내에 신설하기로 했다.
이번 인사가 있기 전까지 이순우 행장을 포함해 우리은행 부행장 이상 직급 13명 중 상업·한일 출신이 각각 6명, 7명이었다. 이번 인사를 통해 행장으로 내정된 이광구 부행장(상업 출신) 자리와 퇴임 부행장 4명(상업 출신 2명·한일 출신 2명) 등 부행장 다섯 자리의 새 주인이 가려졌는데 새 주인 역시 상업 출신 3명, 한일 출신 2명이었다. 조직 안정을 위해 출신 은행을 고려한 ‘탕평인사를 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는 대목이다. 안정을 위해 출신 은행을 감안하는 인사는 주택·국민은행이 통합한 KB국민지주·국민은행에서도 이뤄져왔다. 이 회사에서 부행장·부사장급 이상 임원을 살펴보면 채널1로 불리는 국민은행 출신이 4명, 채널2로 불리는 주택은행 출신이 3명, 외부 출신이 1명이다. 윤종규 회장을 주택 출신으로 분류한다면 KB도 국민·주택이 각각 4명씩으로 정확하게 나뉜다.
인사를 앞둔 윤 회장도 이런 구도에서 크게 벗어날 뜻이 없음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출신 ‘비율에 초점을 둔 탕평인사가 조직 통합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대처하고 개인의 능력을 발굴해 조직 과제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데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조직 안팎에서 나온다. 통합 이후 십수 년이 지난 지금에도 아직도 조직 통합을 위해 ‘자리 나눠 먹기를 해야 하느냐는 반문도 있다. 특히 핀테크(IT와 금융의 결합)나 글로벌 진출 같은 시대적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탕평을 내세운 출신 배분이 직무나 역량 중심의 효율적 인사를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 밖에 인위적 숫자 배분에 얽매여봤자 직책의 중요도에 따라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진정한 조직 통합을 위해서는 문화 통합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임영록 전 회장 취임 후 임원에 대해 출신 은행별 배분은 유지했지만 직책의 중요도를 살펴보면 채널1이 채널2에 크게 밀리는 양상이었다”며 채널1 출신의 상당수가 물을 먹는 바람에 내부 불만이 컸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KB금융 내분 사태도 돌이켜보면 첫 인사가 채널 간 갈등을 키운 측면이 많았다”며 이후 인사권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내분 사태의 원인이라는 해석도 있다”고 말했다.
[김규식 기자 /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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