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원자재 시장의 활황을 등에 업고 잘 나갔던 호주 경제가 크게 휘청이고 있다. 가장 큰 밑천이었던 천연자원의 3분의 1을 사들이던 중국 경제 성장이 정체된 여파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최근 내년도 호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호주 중앙은행(RBA)은 낙관적인 3% 성장을 전망했지만 외부에선 전혀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올 3분기 호주 경제는 2.7% 성장에 그쳐 시장 예상치인 3.1%를 밑돌았다. 실업률도 수년래 처음 올라가 12년 만에 6.2%을 기록했다.
가장 큰 직격탄은 최대 수출품목인 철광석 가격의 폭락이다.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철광석 가격은 올 들어 40% 이상 하락했다.
유가 하락으로 호주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업에 쉐브론 등 기업들이 약속한 1600억 달러 투자금에 대한 수익성도 위협받는 상황이다. 지난해 까지만 해도 호주는 3년 안에 세계 최대 LNG 수출국인 카타르를 제치는 것을 목표로 했었다.
보수당인 자유당 토니 애벗 총리는 약 1년 전 총선을 앞두고 20년간 광산붐이 끝났다고 전망한 당시 집권당(중도좌파 노동당) 소속 정책입안자들이 "틀렸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토니 애벗총리는 자원개발로 벌어들인 잉여금을 새로운 인프라와 세계에서 가장 관대한 축에 속하는 사회복지정책에 쓸 생각이었는데 이런 노다지의 꿈이 물거품으로 변하고 있는 셈이다.
당장 내년 7월부터 시작되는 새 회계연도엔 GDP의 0.5%에 해당하는 80억 호주달러가 세수에서 상각될 판이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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