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강북 재건축아파트가 강남 눌렀다
입력 2014-12-07 17:26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에서 노원구 상계동 주공2단지로.
7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1000가구 이상 대단지 20곳 가운데 18곳이 재건축 단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절반가량은 양천·마포·노원구 일대 낡은 아파트가 휩쓸었다. 하나같이 1980년대 후반에 지어져 9·1대책의 최대 수혜 단지로 꼽힌 단지들이다.
지난해 상승을 주도했던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개포동 주공1·2·3단지, 가락동 가락시영 등 강남3구 주요 재건축 아파트는 모두 ‘탈락했다. 올해 들어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낸 잠원·반포동 중층 단지도 빠지고 압구정동 신현대, 반포동 주공1단지, 신천동 진주 등만 순위권에 들어 체면치레를 했다. 재건축 연한 단축 등을 골자로 한 9·1대책 등 정부 부동산 대책에 힘입어 양천·마포·노원구 일대 노후 아파트가 강남3구의 기존 ‘블루칩 단지들을 밀어내고 재건축 시장의 새 강자로 등장한 셈이다.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 전용면적 50㎡는 올 한 해 아파트값이 20% 올라 상승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아파트 전용 59㎡도 올해 초 3억7000만~3억8000만원 선에 거래됐지만 현재 4억~4억5000만원까지 뛰었다.
노원구도 상계동 주공2단지 전용 41㎡는 올해 초 1억6500만~1억7000만원 선에 거래됐지만 현재 1억8000만~2억원까지 올랐다. 9·1대책 발표 이후 1억9500만원에 실거래됐다. 이 아파트 전용 32㎡와 주공4·12단지 전용 49㎡도 올 한 해 집값이 15%가량 올랐다. 이처럼 집값 상승률 상위권에 강북의 ‘새 얼굴이 대거 진입한 이유는 9·1대책에 따른 ‘미래 가치가 부각된 점이 가장 크지만 임대수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유입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건축 단지인데도 일반 아파트처럼 전용 85㎡ 이하 중소형이 인기가 많은 것도 이 같은 의견에 설득력을 실어준다. 특히 마포·노원구 등 강북 재건축 단지에서는 소형 아파트값이 강세다. 실제 3억원 이하 소형 아파트가 많은 노원구 상계동·월계동에는 임대사업을 염두에 두고 여러 채를 매입하려는 투자자들 발걸음이 늘었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노후도가 덜해 거주에 비교적 불편함이 적어 전·월세 수요가 풍부해 안정적으로 임대수익을 거둘 수 있는 아파트가 각광을 받고 있다”며 이런 단지들은 전세금 상승세도 가팔라서 매매 전환 수요에 따른 거래량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남 재건축 단지가 시장 주도권을 되찾을 가능성도 있다. 당장은 추가분담금 등의 영향으로 아파트값이 연초 수준으로 되돌아갔지만 상당수 아파트가 조합을 설립하고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강북지역 아파트는 강남보다 투자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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