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KBS2 연예 정보 프로그램 '연예가중계'가 고(故) 신해철의 장협착 수술을 했던 S병원장과 단독 인터뷰를 했다며 그의 주장을 방송에 내보냈다.
논란이 거세다. 전파를 탄 S병원장은 KBS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신해철 씨가) 위 밴드가 남아있다면, 빠짐없이 다 제거해 달라. 이렇게 말씀하셨어요"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사실이다. 당연한 이야기다. 앞서 공개된 신해철의 진료기록부와 유족 측이 밝힌 진술 역시 고인은 2009년 위 밴드 수술을 했다가, 밴드를 다시 제거하는 수술을 2012년도에 했다. 이번 의료 사고 의혹과 별개의 문제다.
직접적인 S병원장의 코멘트가 이날 '연예가중계' 전파를 탄 것은 이게 전부다. 이후 인터뷰 화면 자료만 나갔다. 나머지는 리포터가 전한 S병원장의 주장과 자막 설명이다.
대신 '연예가중계'는 친절하게도 '고 신해철이 위밴드 제거 수술에 동의했다고 주장'이란 자막을 삽입하면서 "(S병원장이) 하지만 위 밴드 조각을 찾지 못해 변형된 위의 일부분을 잘라내고 봉합하는 위벽강화술을 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 방송 내용만 보면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신해철의 위밴드 제거 수술은 2012년에 이뤄진 일이다. 위 밴드 제거는 음악적 이유로 다이어트와 살 찌우기를 반복했던 신해철이, S병원장의 권유로 한 수술이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 스스로 원한 것이다.
신해철이 "위 밴드 제거 수술에 동의했다"는 S병원장의 말은 '쓸데 없는 사실'이다. 지난 10월 진행된 장협착 수술시 동의하지 않은 위 축소 수술이 있었느냐 없었느냐가 현 쟁점 중 하나인 상황에서 모호한 주장이다. 교묘한 말장난을 통한 '물타기'로 비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 주체가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S병원장의 정확한 코멘트는 촬영본을 보지 않는한 확인할 수 없었다. S병원장의 정당한 주장을 '연예가중계' 제작진이 오해하고 잘못 전달한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S병원장에게도 피해다. 다만 이번 사건 전개를 잘 모르는, 해당 보도를 본 일부 시청자는 그저 수술 '동의' 논란의 핵심이 '위 밴드 제거 수술'에 있는 줄 알게 될 공산이 크다.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연예가중계'가 KBS 보도국의 인터뷰 영상을 일부 발췌하면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편집상 실수가 있어 보인다. KBS 관계자는 "신해철씨가 스카이병원 내원 당시 복통과 위경련을 호소했고, S병원장이 위 내시경을 해보니 2012년 위 밴드 제거할 때 다 제거하지 못한 것들이 남아있는 것으로 판단돼 이에 대한 동의를 받아 위 밴드 제거와 장 협착 수술을 한꺼번에 진행했다는 말(S병원장의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고 신해철의 의료 사고 의혹과 관련한 쟁점은 양측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신해철 유족의 주장은 "S병원장이 (사망 원인이 된 장 천공과 개연성이 있는) 동의 없이 위 축소 수술을 했다"는 것이고, S병원장은 "장유착박리술을 했을뿐 위 축소 수술은 하지 않았다. 수술 과정에서 위벽이 약해진 것을 발견하고 이를 강화하는 수술을 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해철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측은 "위 용적 수술(즉, 위를 접어 작게 하는 수술)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소장 천공에 대해선 '복강경 수술을 할 때 발생한 것이거나, 수술 과정과 연관해 손상이 발생해 천공이 됐거나, 또는 그 후 수술 도중 발생한 손상에서 지연성으로 천공됐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서에 적시했다.
이 밖에도 장 천공 시기와 수술 후 적절한 치료와 조치가 있었는지도 매우 중요하며,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와 관련해 S병원장의 여러 다른 의혹까지 집중 조명한 바 있다. 시사교양국과 예능국의 차이, 기획 취지 특성상 두 프로그램을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나 '연예가중계'는 분명 핵심을 잘못 짚었다.
만약 S병원장의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신해철은 '위 밴드 제거 수술'에 동의한 것이지, 다른 수술에 동의한 것이 아니다.
'연예가중계'는 S병원장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면서 "이번 사건이 한치의 의문 없이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했다. 기자는 리포터의 이 코멘트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아무리 그저 남의 일이라지만 고 신해철 유족의 마음을 한 번쯤 헤아렸다면, 이처럼 '영혼 없는 응원'은 차라리 하지 않으니 못했다.
더군다나 '연예가중계'에서 고 신해철의 사건을 다룬 코너는 '연예가 핫 클릭'이었다. 해당 코너가 시작되기 전 MC들은 눈꽃 이야기를 하다가 '눈곱 좀 떼었으면 좋겠다'는 식의 농담을 주고 받으며 웃고 떠들었다. 그렇게 "금주의 다양한 소식을 전하겠다"며 시작한 '연예가 핫 클릭 코너'에서 다룬 소식이 유승호의 전역, 가수 죠앤의 사망, S병원장 인터뷰가 담긴 국과수의 고 신해철 부검 결과였다.
그리고 다음 코너는 '이보다 유쾌할 수는 없다'는 자막과 함께 자사의 새 드라마 '힐러' 주연 배우 지창욱 유지태 박민영의 인터뷰였다. 고 신해철 측 소속사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KBS2 '연예가중계' 측에서 유족 혹은 법률대리인과의 인터뷰를 요청한 전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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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거세다. 전파를 탄 S병원장은 KBS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신해철 씨가) 위 밴드가 남아있다면, 빠짐없이 다 제거해 달라. 이렇게 말씀하셨어요"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사실이다. 당연한 이야기다. 앞서 공개된 신해철의 진료기록부와 유족 측이 밝힌 진술 역시 고인은 2009년 위 밴드 수술을 했다가, 밴드를 다시 제거하는 수술을 2012년도에 했다. 이번 의료 사고 의혹과 별개의 문제다.
직접적인 S병원장의 코멘트가 이날 '연예가중계' 전파를 탄 것은 이게 전부다. 이후 인터뷰 화면 자료만 나갔다. 나머지는 리포터가 전한 S병원장의 주장과 자막 설명이다.
대신 '연예가중계'는 친절하게도 '고 신해철이 위밴드 제거 수술에 동의했다고 주장'이란 자막을 삽입하면서 "(S병원장이) 하지만 위 밴드 조각을 찾지 못해 변형된 위의 일부분을 잘라내고 봉합하는 위벽강화술을 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 방송 내용만 보면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신해철의 위밴드 제거 수술은 2012년에 이뤄진 일이다. 위 밴드 제거는 음악적 이유로 다이어트와 살 찌우기를 반복했던 신해철이, S병원장의 권유로 한 수술이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 스스로 원한 것이다.
신해철이 "위 밴드 제거 수술에 동의했다"는 S병원장의 말은 '쓸데 없는 사실'이다. 지난 10월 진행된 장협착 수술시 동의하지 않은 위 축소 수술이 있었느냐 없었느냐가 현 쟁점 중 하나인 상황에서 모호한 주장이다. 교묘한 말장난을 통한 '물타기'로 비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 주체가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S병원장의 정확한 코멘트는 촬영본을 보지 않는한 확인할 수 없었다. S병원장의 정당한 주장을 '연예가중계' 제작진이 오해하고 잘못 전달한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S병원장에게도 피해다. 다만 이번 사건 전개를 잘 모르는, 해당 보도를 본 일부 시청자는 그저 수술 '동의' 논란의 핵심이 '위 밴드 제거 수술'에 있는 줄 알게 될 공산이 크다.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연예가중계'가 KBS 보도국의 인터뷰 영상을 일부 발췌하면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편집상 실수가 있어 보인다. KBS 관계자는 "신해철씨가 스카이병원 내원 당시 복통과 위경련을 호소했고, S병원장이 위 내시경을 해보니 2012년 위 밴드 제거할 때 다 제거하지 못한 것들이 남아있는 것으로 판단돼 이에 대한 동의를 받아 위 밴드 제거와 장 협착 수술을 한꺼번에 진행했다는 말(S병원장의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고 신해철의 의료 사고 의혹과 관련한 쟁점은 양측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신해철 유족의 주장은 "S병원장이 (사망 원인이 된 장 천공과 개연성이 있는) 동의 없이 위 축소 수술을 했다"는 것이고, S병원장은 "장유착박리술을 했을뿐 위 축소 수술은 하지 않았다. 수술 과정에서 위벽이 약해진 것을 발견하고 이를 강화하는 수술을 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해철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측은 "위 용적 수술(즉, 위를 접어 작게 하는 수술)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소장 천공에 대해선 '복강경 수술을 할 때 발생한 것이거나, 수술 과정과 연관해 손상이 발생해 천공이 됐거나, 또는 그 후 수술 도중 발생한 손상에서 지연성으로 천공됐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서에 적시했다.
이 밖에도 장 천공 시기와 수술 후 적절한 치료와 조치가 있었는지도 매우 중요하며,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와 관련해 S병원장의 여러 다른 의혹까지 집중 조명한 바 있다. 시사교양국과 예능국의 차이, 기획 취지 특성상 두 프로그램을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나 '연예가중계'는 분명 핵심을 잘못 짚었다.
만약 S병원장의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신해철은 '위 밴드 제거 수술'에 동의한 것이지, 다른 수술에 동의한 것이 아니다.
'연예가중계'는 S병원장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면서 "이번 사건이 한치의 의문 없이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했다. 기자는 리포터의 이 코멘트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아무리 그저 남의 일이라지만 고 신해철 유족의 마음을 한 번쯤 헤아렸다면, 이처럼 '영혼 없는 응원'은 차라리 하지 않으니 못했다.
더군다나 '연예가중계'에서 고 신해철의 사건을 다룬 코너는 '연예가 핫 클릭'이었다. 해당 코너가 시작되기 전 MC들은 눈꽃 이야기를 하다가 '눈곱 좀 떼었으면 좋겠다'는 식의 농담을 주고 받으며 웃고 떠들었다. 그렇게 "금주의 다양한 소식을 전하겠다"며 시작한 '연예가 핫 클릭 코너'에서 다룬 소식이 유승호의 전역, 가수 죠앤의 사망, S병원장 인터뷰가 담긴 국과수의 고 신해철 부검 결과였다.
그리고 다음 코너는 '이보다 유쾌할 수는 없다'는 자막과 함께 자사의 새 드라마 '힐러' 주연 배우 지창욱 유지태 박민영의 인터뷰였다. 고 신해철 측 소속사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KBS2 '연예가중계' 측에서 유족 혹은 법률대리인과의 인터뷰를 요청한 전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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