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갱(호구고객)되기 싫어 해외직구 한다. 한국 소비자를 물로 보지 마라.”
최근들어 급격히 확산되는 해외직구. 그 열풍 이면에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제품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 깔려 있다. 5일 관세청이 공개한 15개 수입품목의 가격분석을 보면 일부 제품의 경우 국내 판매가격이 수입가격보다 최대 18배나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수입제품들의 터무니없는 판매가격에 '호갱'이 될 수 없다는 국내 소비자들의 판단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이번 공개는 올 4월 10개 품목에 이어 두번째이다. 조사는 올해 4월에서 7월까지 3개월 동안의 수입 통관자료를 기초로 이뤄졌다.
수입가격보다 국내 판매가격이 가장 비싼 품목은 여성수영복이었다. 60% 가량이 중국에서 수입되는 여성수영복은 개당 1278원~37만4113원 사이에서 수입된다. 하지만 국내 판매가격은 수입가격 보다 평균 약 8.44배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비교적 고가인 1분위(수입비중 7.5%, 평균수입가격 2만8670원)에 포함된 M제품의 경우 국내 판매가격이 약 22만원으로 수입가격(약 5만원)의 4.35배다.
특히 저가권인 3분위(수입비중 65.9%, 평균수입가격 2212원)에 포함된 N제품의 경우에는 국내 판매가격이 약 5만5000원으로 수입가격(약 3100원) 보다 무려 17.57배나 비싸게 팔고 있었다.
향수도 만만치 않았다. 평균수입가격이 1만1000원인 R제품 향수는 국내에서 7.69배인 8만5000원에 팔린다. 국내에서 제 돈주고 사면 호갱이란 소리를 듣는 이유다.
절반가량이 프랑스에서 수입되는 향수는 50ml당 209원~5만985원 사이에서 수입되며, 국내 판매가격은 평균적으로 수입가격의 약 7.98배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고가권인 1분위(수입비중 13.4%, 평균수입가격 8141원)에 포함된 Q제품의 경우 국내 판매가격이 9만1000원으로 수입가격(1만5000원)의 5.92배 수준이었다. 저가인 3분위(수입비중 46.9%, 평균수입가격 1826원)에 포함된 R제품의 경우 국내 판매가격은 약 8만5000원으로 수입가격(약 1만1000원)의 7.69배에 달했다.
페이스파우더(6.4배)와 가죽벨트(3.8배), 초콜릿(3.5배), 선글라스(3.5배) 등이 뒤를 이었다.
수입제품들은 환율 등의 요인으로 수입가격이 떨어져도 국내 판매가격은 좀처럼 내리지 않는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공개한 10개 품목, 생수, 와인, 유모차, 전기면도기, 등산화, 립스틱, 타이어, 진공청소기, 전기다리미, 가공치즈 등을 이번에도 재조사한 결과에서 나타났다. 이번 분석기간 동안 수입실적이 있는 모델 가운데 72.7%는 수입가격이 하락했지만, 국내 판매가격이 하락한 것은 27.3%에 불과했다.
1차 공개 시 수입가격대비 국내 판매가격의 차이(9.19배)가 가장 커 논란을 일으켰던 립스틱은 9.49배로 여전히 높은 마진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수는 이번 조사에서 수입가격 보다 판매가격이 4.02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번 공개에 3.47배였던 것을 비교하면 그 사이 오히려 유통마진을 더 키웠음을 알 수 있다. 유모차도 수입가격 대비 판매가격은 3.81배로 1차 3.64배에 비해 배율이 증가했고, 진공청소기도 4.16배로 1차 공개 당시 3.75배에 비해 다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기다리미는 2.76배로 지난번(2.72배)에 비해 배율이 증가했다. 이밖에 가공치즈는 3.03배(1차 2.67배), 칠레산 와인 5.65배(1차 4.6배), 4.18배(1차 4.6배), 미국산 와인 5.4배(1차 4.66배) 등으로 수입가와 판매가격간 차이가 더 벌어졌다.
전기면도기와 승용차 타이어, 프랑스산 와인 정도가 지난번 조사보다 수입가대비 판매가격 차이가 소폭 줄어들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점점 똑똑해 지는데 수입 제품의 판매가격은 떨어질 생각을 안하니 소비자들의 해외 직구 열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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