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침몰 오룡호 선원 4명 시신 추가 수습…사망자 16명
입력 2014-12-04 13:25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사조산업 원양 트롤어선 '501오룡호'의 선원 4명의 시신이 4일 추가로 수습됐다.
이로써 이번 사고로 숨진 선원은 한국인 6명, 동남아 선원 10명으로 늘었다. 승선원 60명 중 7명만 구조됐고, 나머지 37명은 여전히 실종상태다.
베링해의 날씨가 사고 이후 가장 좋아져 수색작업에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이날 공개된 오룡호의 마지막 교신 내용을 보면 어획물 처리실에 들어친 바닷물로 기울어진 선체를 바로잡으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복원력을 상실해 침몰한 것으로 보인다.

◇ 양호한 날씨 속 수색 총력
사조산업은 4일 오전 6시 35분(현지시간 오전 9시 35분)에 러시아 베링해 사고해역에서 한국인 선원 유천광(1항사·47)씨, 정연도(갑판장·57)씨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동남아 선원 1명의 시신을 인양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도 이날 오전 동남아 선원 1명의 시신을 추가로 인양했다고 발표했다.
사조산업 측은 시신을 인양한 수색선박에 경력이 오래된 한국인 감독관이 승선해 있어 한국 선원들의 신원확인은 비교적 쉽지만 외국인 선원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고해역에는 파도가 2.5m 높이로 일고, 바람은 초속 12~13m로 불어 사고 이후 가장 좋은 날씨를 보이고 있다고 사조산업 측은 설명했다.
임채옥 사조산업 이사는 "오늘 날씨가 좋아서 총력 수색에 나설 수 있도록 총괄 지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해역에 기존 4척 외에 추가로 8척의 선박이 투입돼 총 12척이 수색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러시아 국경수비대 소속 안토노프(An)-26 수송기와 미국 해안경비대 소속 군용 수송기 허큘리스 C-130도 이날 수색에 가세할 예정이어서 수색 작업은 한층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 조금씩 드러나는 사고 상황
사조산업은 이날 공식 브리핑에서 501오룡호가 침몰직전 주변 선박과 주고받았던 교신내용을 공개했다.
교신내용으로 볼 때 501오룡호는 1차 침수 후 배수작업으로 한때 안정을 찾았지만 2차 침수가 발생하는 바람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이 교신내용에는 김계환 선장과 같은 회사 소속 69오양호 이양우 선장, 카롤리나77호 김만섭 선장의 교신내용 등에는 당시의 긴박한 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교신내용에 따르면 69오양호는 1일 오전 10시께 기상악화로 나바린으로 피항을 시작했다.
이 선장은 그러면서 근처에 있는 오룡호 김 선장에게 "날씨가 안 좋아진다고 하니 판단을 빨리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오룡호도 그물을 걷어올리고 낮 12시께 나바린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얼마 후 오룡호 김 선장은 이 선장에게 "고기(20t)를 붓다가 선미를 통해 어획물 처리실로 바닷물이 들어가 빼고 있다”고 말했지만 "대수롭지 않을 것 같다”고 가볍게 얘기했다.
당시 주변에 카롤리나77호 등 3척이 있었다.
그러나 낮 12시 30분께 김 선장은 다른 배에 있는 한국인 감독관에게 "어획물이 배수구를 막았고, 워낙 많은 바닷물이 제때 배수되지 않아 배가 왼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면서 "우리 배 쪽으로 와달라”고 요청했다.
김 선장은 또 카롤리나77호 김만섭 선장에게 "타기실에도 바닷물이 들어가 조타가 불가능해 엔진을 정지하고 배수작업을 하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카롤리나77호는 오후 2시 30분께 오룡호에 펌프 1개를 전달했다.
이때 오룡호는 유입된 바닷물의 절반가량을 퍼내 안정을 되찾는 듯했다.
하지만 오후 3시 30분을 전후해 김 선장은 오양호 이 선장에게 "어획물 처리실에 물이 다시 차고 있다”면서 "배를 돌렸는데 기울어서 다시 (반대쪽으로) 돌린다”고 말했다.
이어 오후 4시께는 오룡호 김 선장이 카롤리나호 김 선장 등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갑자기 처리실 수위가 높아지고 왼쪽 경사가 더 심해져 퇴선해야겠으니 구조준비를 해달라”고 소리쳤다.
회사의 퇴선명령도 이때 이뤄졌다. 상황이 급격히 나빠진 것이다.
김 선장은 또 평소 형처럼 대하던 오양호 이 선장에게 "형님한테 마지막 하직인사는 하고 가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선장은 "그러지 말고 차분하게 선원들을 퇴선시키고 너도 꼭 나와야 한다”면서 5분가량 설득했다.
그러나 김 선장은 "지금 배 안에 불이 모두 꺼졌다”면서 "선원들 저렇게 만들어 놓고 제가 무슨 면목으로 살겠느냐”고 낙담한 듯 말했다.
오룡호는 빠른 속도로 가라앉아 오후 5시 15분께 북위 61도 54분, 서경 177도 10분 위치에서 침몰했다.
◇ 이주영 장관 "쿼터 이전 문제, 규제 검토…사고 수습에 노력”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사고 4일만에 선원 가족을 만났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선원 가족 대책위원회가 있는 부산을 찾아 "원양어선들이 할당량을 이전하는 부분이 안전문제와 관련있다면 제도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501오룡호가 추가 할당량(쿼터)을 받아 조업한 것이 사고의 빌미가 됐다는 선원 가족의 주장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어렵게 받은 할당량을 소진해야 하기 때문에 할당량을 못 채운 배가 할당량을 채운 배에게 (할당량을) 이전하는 것 같은데, 그와 관련한 규제할 필요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이 장관은 "국익을 위해 먼바다에 나가 조업하던 애국자 분들이 사고를 당한 것에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장관은 사고 경위를 철저하게 조사해 달라는 가족들의 주문에 "부산에 있는 해난심판지원에 특수수사부를 꾸려서 해수부 차원에서도 진상조사를 하겠다”며 "실종자 가족들의 요청을 받아 해양안전처에서도 철저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당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는 주블라디보스토크 영사관 직원 3명이 이날 오전 사고 해역과 가까운 캄챠트카에 도착했으며, 이와 별도로 주블라디보스토크 영사관 직원 2명이 추코트카로 이날 출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외교부와 모스크바의 주러한국대사관에서 1명씩 출발한 신속대응팀은 현재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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