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융CEO 뽑을때 외부추천…정치입김 더 세질듯”
입력 2014-12-03 17:31  | 수정 2014-12-04 06:07
오는 10일로 예정했던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시행이 2주가량 늦춰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3일 당초 20일 정도 입법예고 기간을 뒀던 지배구조 모범규준 시행을 24일로 2주가량 늦출 예정”이라며 금융회사와 관련 협회는 물론 국회에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들어오고 있어 충분한 검토를 통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반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금융회사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들도 많아 이에 대한 설명도 충분히 할 생각”이라며 업계와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금융위가 시행을 늦추기로 한 것은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또 다른 ‘관치(官治)금융과 ‘정치(政治)금융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비롯해 업계 의견들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금융계에서는 금융위가 ‘제2 KB국민 사태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세세한 규정에서 외부 세력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만들어 놨다고 지적한다.
모범규준 시행에 앞서 보험사를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4일 금융위에 제출할 업계 의견서에 따르면 최고경영자(CEO) 경영승계·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관련한 규정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기능을 규정한 모범규준 제14조가 당장 논란이다.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사외이사가 다수로 구성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 규정에 따르면 CEO가 임원인사를 할 때 추천위원회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A보험사 임원은 사실상 CEO 권한을 무력화한 것으로 사외이사들을 주축으로 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자칫 권력기관화할 소지가 크다”고 염려했다. 외부 입김이 들어간 사외이사들이 많을 땐 임원 인사마저 외부 간섭을 쉽게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외이사 비중은 회사들이 알아서 정할 수 있도록 해놨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시행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최고경영자 후보자 추천 절차를 규정한 모범규준 제33조 3항도 문제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CEO 후보를 고를 때 주주는 물론 이해관계자와 외부 자문기관 같은 외부 추천을 적극 활용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B금융사 임원은 이해관계자 범주가 모호한데, 여기에는 정치권이나 금융당국을 포함한 외부인들을 사실상 포함하라는 얘기”라면서 주인이 있는 금융회사는 자체적으로 내부 사정에 맞게 차기 CEO를 뽑고 있는데 외부 출신이 들어올 수 있는 여지를 만들 수 있다”고 염려했다.
금융위는 노력하라는 규정이지 강제 조항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B금융사 임원은 (모범규준에선) 적극 활용하도록 노력하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사실상 반드시 외부 추천을 받으라는 얘기”라며 지키지 않으면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금융계에서는 추후 정치 실세나 금융당국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조항으로 보고 있다. 관치금융과 정치금융을 통한 개입 통로를 마련해 줄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특히 보험사를 비롯해 오너가 있는 대기업 계열 금융사들이 비상이다. 사실상 오너가 금융 계열사 CEO를 임명하는 데 제한을 받는 등 인사권을 침해당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올해 인사는 어느 정도 마무리됐지만 당장 내년 인사부터 적용되면 큰 혼란을 빚을 수밖에 없고 이는 주주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오너가 있는 대기업 금융 계열사는 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 한화생명·손보·투자증권, 교보생명·증권, 동부화재·생명·증권, 메리츠화재·종금 등 다양하다.
[송성훈 기자 /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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