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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레이더] 유가 하락, 국내증시에 어떤 영향 줄까
입력 2014-12-03 17:13 
최근 유가가 연일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불과 7월까지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가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지난주 말에는 66.15달러까지 떨어져서 7월 고점 대비 40% 정도 유가가 하락했다. 그동안 국제 유가는 세계 경기 부진 우려, 미국 원유 생산 증가에 따른 초과 공급 우려로 가격이 약세를 이어왔다. 여기에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원유 생산량을 줄이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유가의 급락을 초래했다. OPEC가 생산량을 줄이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셰일가스 생산을 확대하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가격 하락을 감수하고서라도 경쟁을 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결국 원유 생산량은 당분간 수요를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부각되면서 유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공급이 넘치게 되면 가격은 계속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하면서 유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초과 공급이 항상 가격을 하락시키는 것은 아니다. 동네 커피를 파는 집에선 하루에 수천 잔의 커피를 만들 수 있는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만큼 커피를 팔아본 적은 없을 것이다. 주변에 우리가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제품들은 소비량보다 생산할 수 있는 양이 많다. 원유는 더욱 심하다. 확인된 매장량은 많고 연간 수요량에 비해 수십 년분의 매장량과 충분한 개발로 항상 초과 공급 상태에 있다.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육박할 때는 정점 이론이 유행하면서 석유 확인매장량을 근거로 앞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다는 우려로 유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유가 변동은 수요와 공급의 변화뿐만 아니라 심리에 의해서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최근 유가 변동이 더욱 그렇다. 공급량은 변동이 없고 수요 역시 단기간 변동은 미미했다. 크게 바뀐 것은 이를 바라보는 심리였다.

한국 경제는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최근 1년간 수입한 원유는 1800억달러에 달한다. 20% 수입 단가가 하락한 영향을 생각해보면 360억달러(40조원) 정도의 비용 감소 요인이 있는 것이다. 다른 여건의 변화가 크지 않은 가운데 이렇게 비용이 감소하게 되면 그만큼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세계 경기가 빠르게 위축되지 않는 한 유가 하락은 한국 경제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주식시장에서는 원유 가격에 민감한 운송, 자동차 등이 대표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산업이다. 그리고 경기가 안정적이라면 화학 기업도 이익 개선으로 이어진다. 유가 하락에 따른 구매력 개선은 내수 기업에도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반면 유가 하락으로 수주 감소가 예상되는 조선주는 불리해질 가능성이 높다.
[김승현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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