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銀·원유이어 金도 손실위기…DLS투자 급랭
입력 2014-12-01 17:15  | 수정 2014-12-01 17:32
금·은·원유 등 실물자산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파생결합증권(DLS) 발행액이 최근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은·원유 가격 급락의 영향으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 일부 상품이 이미 원금손실 구간에 접어든 데다, 국제 금값도 불안한 등락을 이어가면서 투자심리가 냉각된 결과로 풀이된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1월 한 달간 DLS 발행액은 1조6698억원으로 전월 2조5193억원 대비 33%나 감소했다. 지난 1월 1조2662억원 발행 이후 10개월 만에 최저치다. 11월 상환된 DLS의 평균 수익률도 공모형 기준 2.7%로 올해 1~10월 상환 DLS 평균 수익률 4.1%보다 1.4%포인트나 낮았다.
DLS 발행이 줄어든 것은 기초자산으로 주로 활용되는 귀금속과 원자재 가격이 11월 이후 급격한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런던귀금속시장협회(LBMA) 고시 가격 기준 트로이온스(31.1g)당 금값은 지난달 6일 1144.50달러까지 하락했고, 은값 역시 같은 날 15.28달러까지 하락했다. 이후 소폭 반등했으나 지난달 28일 종가 기준 금값은 여전히 1200달러 미만, 은값도 15달러대에 머물러 있다.
국제 원유 가격은 지난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실패 이후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기준 북해산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각각 배럴당 70.15달러와 66.15달러까지 하락했다. 삼성증권은 1일 홈페이지를 통해 ‘삼성증권 DLS 440회와 ‘삼성증권 DLS 449회(이상 브렌트유 기초), ‘삼성증권 DLS 729회(WTI 기초) 등 3개 원유 DLS가 ‘녹인(Knock-In·원금손실) 구간으로 진입했다고 공지했다. 합계 발행액은 약 45억원, 원금손실 가능액은 약 18억원이다. 2011년부터 국내 원유 DLS 발행이 본격화된 이후 처음으로 녹인이 발생한 것이다.

이날 오후 3시(한국시간) 기준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68달러대 중반, 뉴욕상품거래소 야간시장에서 WTI는 배럴당 64달러대 중반까지 하락세를 이어갔다. 종가 기준 이 같은 가격 하락이 확정된다면 △하나대투증권 DLS 973호 △대우증권 DLS 1736호(이상 브렌트유 기초) △삼성증권 DLS 628호 △대우증권 DLS 134호(이상 WTI 기초) 등 5개 DLS가 추가로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하게 된다. 합계 발행액은 약 90억원, 손실 가능액은 36억여 원에 달한다. 원유 값이 배럴당 50달러까지 하락하면 누적 손실 가능액은 4000억원을 넘게 된다.
은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DLS에서는 이미 평가액 기준 원금손실 규모가 1000억원을 넘어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까지 은을 기초로 발행된 만기가 안된 공모형 DLS 127건(발행액 기준 3048억원)에서 약 1372억원(녹인 55% 기준)의 평가 손실이 발생했다. 일부 월지급식 DLS는 몇 달째 수익 지급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 은값이 트로이온스당 12달러까지 하락하면 추가로 약 2200억원의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국제 금값 하락에 따라 금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DLS 역시 불안하다. 금값이 현재보다 20%가량 낮은 트로이온스당 1000달러 밑으로 내려가면 금 DLS에서도 녹인 발생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900달러까지 하락하면 손실 가능액은 418억원, 800달러까지 하락할 경우 누적 손실 가능액은 약 2800억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DLS의 경우 공모상품보다 사모상품 발행 규모가 더 큰 만큼 사모 물량까지 감안할 경우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늘어날 수 있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의 ‘슈퍼사이클(가격 폭등)은 이제 끝났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라며 아직 녹인이 되지 않았으면 중도환매하는 게 낫고, 이미 녹인이 발생했고 만기가 아직 많이 남았다면 좀 더 보유하면서 가격 반등을 기대해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파생결합증권(DLS·Derivative Linked Securities) : 금·은·원유 등 실물자산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다. 보통 3년 만기 동안 기초자산 가격이 발행 당시 대비 40~60% 미만으로 하락하지 않으면 약속된 수익률 연 6~10%를 지급하는 구조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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