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강제 키스를 하는 여성의 혀를 깨물어 다치게 한 남성에 대해 정당방위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1일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는 중상해 혐의로 기소된 김모(23)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작년 6월 자신의 여자친구 등과 함께 술을 마시다 만취해 술집인근 주차장에 쓰러졌다. 이 때 김씨 여자친구의 지인 A 씨(21)가 다가와 김씨에게 키스를 시도했다. 김씨는 이를 피하기 위해 A 씨의 혀를 깨물었고, A 씨는 혀 앞 2cm 정도가 떨어져 나갔다.
중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는 A씨가 만취한 자신에게 강제로 키스하면서 목을 조르는 등 추행했다며 남성의 성적 자기결정권도 여성과 동등하게 보호돼야 하는 만큼 정당방위로 인정해 달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A씨의 몸을 밀쳐내는 등의 방법으로 제지할 수도 있었을 텐데도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가해 혀를 깨물어 절단했다"며 "이런 행위는 사회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으므로 정당방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A씨가 피고인보다 덩치가 더 크더라도 혀를 깨무는 방법 외에는 A씨의 행동을 저지하거나 회피할 만한 다른 수단이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공개된 장소에서 발생한 일인 만큼 일행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당시 만취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황에서 예기치 못하게 키스를 당하자 우발적으로 한 행동인 것은 인정된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보다 감형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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