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거래금지·위안화 직거래 바빠진 큰손들

지난달 29일 차명거래금지법 시행 이후 자산가들은 그동안 차명으로 관리해온 계좌를 서둘러 정리하고 있다. 수시로 PB센터를 방문해 자기앞수표나 5만원권 현금으로 인출해가는가 하면 최근 값이 싸진 골드바를 대량으로 매입하는 모습도 늘었다. 여기에 1일부터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이 열리면서 초저금리시대에 다양해진 투자처를 찾으려는 큰손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 가치가 높아진 미국 달러화 대신에 저점 행진을 이어가는 일본 엔화를 매입하는 자산가들도 많다. 신현조 우리은행 잠실PB센터 부지점장은 일본이 양적완화를 종료할 때를 대비해 환차익을 노리고 상대적으로 저가인 엔화를 분할 매수하는 자산가들도 많다”고 말했다.
일부 부자들은 금리를 포기한 대신에 절세를 목적으로 달러화·엔화 예금을 들기도 한다. 박일건 우리은행 본점영업부 PB팀장은 달러화·엔화 예금은 초저금리로 수익이 거의 없다보니 과세되지 않아 자산가들이 돈을 보관하는 데 유용하다”고 밝혔다.
12월 공모주시장에서 ‘잭팟으로 꼽히는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을 위해 현금 실탄을 준비하는 부자들도 있다. 정원기 하나은행 강남PB센터장은 일부 고객들은 최소 10억~20억원가량의 현금을 마련해 제일모직 청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수익성보다 안정성을 추구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정기예금 금리 수준에 1~2%포인트 정도만 금리가 높게 나오더라도 부자들은 투자 유인이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황세영 한국씨티은행 CPC강남센터장은 고객 가운데는 리스크나 변동성을 피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최우선으로 투자하는 분들도 많다”며 유럽하이일드채권과 같은 해외 채권형펀드로 정기예금에 1%포인트 정도 더한 금리를 추구한다”고 밝혔다.
장기 투자상품으로는 한도 없이 5년 이상 납입하고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인 장기 연금보험·저축성보험과 국내 배당주·가치주펀드가 꾸준한 인기다.
박종화 한국SC은행 압구정PB센터 부장은 비과세 한도인 1인당 2억원까지 연금보험 혹은 저축성보험에 넣는 것을 추천한다”며 차명거래 부분을 피하기 위해 빼낸 현금을 월납형 보험에 가입해 10년 만기로 수백만 원씩 쪼개 넣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혔다.
한편 1일부터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이 가동하면서 늘어나는 위안화 관련 금융상품도 관심을 끌고 있다. 두 번의 환전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게 되는 만큼 일반 개인에게 적용하는 환전 수수료가 3~5%가량 절감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원·위안화 직거래에 참여하는 국내 은행들은 위안화 예금 등 관련 금융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배미정 기자 / 김효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