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무급 또는 아주 적은 월급을 주면서 취업준비생을 착취하는 행태를 풍자하는 신조어 ‘열정페이라는 말이 있다. ‘열정이 있으면 돈은 필요 없지 않느냐며 젊은 세대에 희생을 강요하는 기득권의 비틀린 모습이다. 자유계약선수(FA)우선 협상 기간 동안 약 400억의 계약이 쏟아졌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광풍을 만든 것은 바로 새로운 세대를 길러내는데 관심이 없었던 구단들의 책임이 크다. 그리고 잘못된 시스템의 폐해다. 아래 세대들에게는 ‘열정페이를 강요했던 그들이 이제 FA 광풍에 울상을 짓고 있다.
프로야구 최저연봉은 내년부터 올해 2400만원에서 300만원 상향된 2700만원으로 오른다. 2700만원이 적지 않은 금액인 것은 사실이지만 바늘구멍 같은 프로의 문을 통과한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대우라면 너무 짠 것도 사실이다. 올해 2015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한 789명의 선수 가운데 103명만 지명됐다. 13%의 지명률. 신인드래프트 자체를 포기한 선수도 많다. 약 60여개의 고등학교 졸업 선수 중 대학 진학을 택한 선수들을 제외하고 아예 야구를 손에서 놓는 이들도 많다. 이처럼 한국야구의 하부 구조는 매우 부실하다.
2700만원은 상징적인 한국야구의 현실이다. 많은 이들이 현재 FA 광풍의 원인으로 한국야구의 척박한 근간을 근본원인으로 지적한다. 절대적인 선수 공급 자체가 적다. 거기에 일정한 수요조차 채울만한 선수풀이 마련되지 못했고, 질이 높은 선수는 더욱 찾기 힘들다. 결국 이것이 소수의 선수들의 폭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 지적대로 현재 FA 광풍은 단순히 선수 몇 명의 FA 계약이 시발점이 된 것이 아니다. 구단간의 암묵적인 상식의 선은 경제시장의 논리로 보면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 간단한 수요와 공급의 법칙. 선수가 귀하면 귀해질수록 그 가치는 오르기 마련이다. 선수들의 잘못이 아니다.
이 폭등세는 한국야구 외형적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부실한 구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결과다. 최근 몇 년간 많은 구단들은 2군 야구장을 신축하고, 훈련시설을 확충하는 등의 투자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해당 투자는 ‘쓸데없는 돈 낭비로 구단들에게 여겨졌다. 결국 당시 입단한 선수들 중 살아남아 성공적인 프로 커리어를 보낸 엘리트들이 현재 FA 광풍의 수혜를 받고 있다는 점은 사뭇 상징적이다.
미국 프로야구의 2011년 최저 연봉은 41만4000달러였으나 4년 사이에 9만3500달러가 인상돼 50만7500달러(약 5억6000만원)가 됐다. 한국 프로야구 최저 연봉은 1982년 출범 당시 600만원으로 시작해서 2100만원이 오른 2700만원(2015년 기준)이 되는데 33년이 걸렸다.
미국의 FA 취득기간은 6년이다. 일본프로야구의 최저연봉은 440만엔이며 FA 취득기간은 한국과 같은 9년이지만 그 사이 연봉 인상폭은 한국보다 훨씬 큰 편이다. 반면 한국은 FA 취득 전까지 일부 특출난 성적을 내는 선수들을 제외하면 그 인상폭이 크지 않다. 구단의 논리도 마찬가지. 아주 좋은 성적을 내거나, FA가 돼서 현재의 노력을 보상받으라는 것이 그 입장이다. 9년 동안 억누른 실제 시장 가치가 규제가 풀리며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문제점이 있는 FA 시스템의 허술함 탓이지 개인의 욕심 탓이 아니다.
갓 프로에 입단한 선수들이 받는 2700만원은 그간 초중고교 시절 한 사람의 야구선수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 노력과 비교하면 상당히 적은 돈이다. 이후 성공적인 커리어가 보장된 것도 아니다. 철저한 적자생존이 프로의 세계다. 부상 등의 불운도 잦다. 바늘구멍을 통과한 프로 선수들 중 성공하는 선수들이 소수다.
하지만 선수들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은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왜 특출난 고교 엘리트 선수들이 프로에만 가면 성장이 정체되거나, 빠른 시기에 성장하는 선수들이 적은지에 대한 해답은 각 구단들이 찾아야 한다.
프로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그 아래 학원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프로야구나 일본 프로야구의 근간인 학원야구의 질이나 양과 비교하면 한국 학원야구의 텃밭은 너무나 척박하기만 하다. 그런데도 프로 구단들이 이 밭을 키울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소식은 여전히 들을 수 없다.
현재 리틀야구는 베이징 올림픽의 전승 우승 신화와 프로야구의 인기 등에 기대어 활황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시스템에서 그들이 한국야구의 미래가 될 지는 아무도 낙관할 수 없다. 프로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소수의 엘리트들에 기대어 외형을 유지하고 있지만 뿌리는 여전히 탄탄하게 뻗어나가고 있지 못하다. 그것이 전체 야구판의 건전한 성장을 계속 발목잡고 있다. 특출난 0.1%의 엘리트 류현진(LA 다저스)과 같은 선수들의 존재는 한국야구의 환상을 키웠다. 하지만 FA 광풍이 보여주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 진짜 현실이다.
선수가 없다. 그래서 몸 값은 계속해서 더 오른다. 그리고 그 야구판 자체를 키우는 것에 고심하지 않았던 것은 기득권의 잘못이다. 비정상적인 인플레이션과 광풍만 탓할 일이 아니다.
[one@maekyung.com]
프로야구 최저연봉은 내년부터 올해 2400만원에서 300만원 상향된 2700만원으로 오른다. 2700만원이 적지 않은 금액인 것은 사실이지만 바늘구멍 같은 프로의 문을 통과한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대우라면 너무 짠 것도 사실이다. 올해 2015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한 789명의 선수 가운데 103명만 지명됐다. 13%의 지명률. 신인드래프트 자체를 포기한 선수도 많다. 약 60여개의 고등학교 졸업 선수 중 대학 진학을 택한 선수들을 제외하고 아예 야구를 손에서 놓는 이들도 많다. 이처럼 한국야구의 하부 구조는 매우 부실하다.
2700만원은 상징적인 한국야구의 현실이다. 많은 이들이 현재 FA 광풍의 원인으로 한국야구의 척박한 근간을 근본원인으로 지적한다. 절대적인 선수 공급 자체가 적다. 거기에 일정한 수요조차 채울만한 선수풀이 마련되지 못했고, 질이 높은 선수는 더욱 찾기 힘들다. 결국 이것이 소수의 선수들의 폭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 지적대로 현재 FA 광풍은 단순히 선수 몇 명의 FA 계약이 시발점이 된 것이 아니다. 구단간의 암묵적인 상식의 선은 경제시장의 논리로 보면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 간단한 수요와 공급의 법칙. 선수가 귀하면 귀해질수록 그 가치는 오르기 마련이다. 선수들의 잘못이 아니다.
이 폭등세는 한국야구 외형적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부실한 구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결과다. 최근 몇 년간 많은 구단들은 2군 야구장을 신축하고, 훈련시설을 확충하는 등의 투자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해당 투자는 ‘쓸데없는 돈 낭비로 구단들에게 여겨졌다. 결국 당시 입단한 선수들 중 살아남아 성공적인 프로 커리어를 보낸 엘리트들이 현재 FA 광풍의 수혜를 받고 있다는 점은 사뭇 상징적이다.
미국 프로야구의 2011년 최저 연봉은 41만4000달러였으나 4년 사이에 9만3500달러가 인상돼 50만7500달러(약 5억6000만원)가 됐다. 한국 프로야구 최저 연봉은 1982년 출범 당시 600만원으로 시작해서 2100만원이 오른 2700만원(2015년 기준)이 되는데 33년이 걸렸다.
미국의 FA 취득기간은 6년이다. 일본프로야구의 최저연봉은 440만엔이며 FA 취득기간은 한국과 같은 9년이지만 그 사이 연봉 인상폭은 한국보다 훨씬 큰 편이다. 반면 한국은 FA 취득 전까지 일부 특출난 성적을 내는 선수들을 제외하면 그 인상폭이 크지 않다. 구단의 논리도 마찬가지. 아주 좋은 성적을 내거나, FA가 돼서 현재의 노력을 보상받으라는 것이 그 입장이다. 9년 동안 억누른 실제 시장 가치가 규제가 풀리며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문제점이 있는 FA 시스템의 허술함 탓이지 개인의 욕심 탓이 아니다.
갓 프로에 입단한 선수들이 받는 2700만원은 그간 초중고교 시절 한 사람의 야구선수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 노력과 비교하면 상당히 적은 돈이다. 이후 성공적인 커리어가 보장된 것도 아니다. 철저한 적자생존이 프로의 세계다. 부상 등의 불운도 잦다. 바늘구멍을 통과한 프로 선수들 중 성공하는 선수들이 소수다.
하지만 선수들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은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왜 특출난 고교 엘리트 선수들이 프로에만 가면 성장이 정체되거나, 빠른 시기에 성장하는 선수들이 적은지에 대한 해답은 각 구단들이 찾아야 한다.
프로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그 아래 학원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프로야구나 일본 프로야구의 근간인 학원야구의 질이나 양과 비교하면 한국 학원야구의 텃밭은 너무나 척박하기만 하다. 그런데도 프로 구단들이 이 밭을 키울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소식은 여전히 들을 수 없다.
현재 리틀야구는 베이징 올림픽의 전승 우승 신화와 프로야구의 인기 등에 기대어 활황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시스템에서 그들이 한국야구의 미래가 될 지는 아무도 낙관할 수 없다. 프로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소수의 엘리트들에 기대어 외형을 유지하고 있지만 뿌리는 여전히 탄탄하게 뻗어나가고 있지 못하다. 그것이 전체 야구판의 건전한 성장을 계속 발목잡고 있다. 특출난 0.1%의 엘리트 류현진(LA 다저스)과 같은 선수들의 존재는 한국야구의 환상을 키웠다. 하지만 FA 광풍이 보여주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 진짜 현실이다.
선수가 없다. 그래서 몸 값은 계속해서 더 오른다. 그리고 그 야구판 자체를 키우는 것에 고심하지 않았던 것은 기득권의 잘못이다. 비정상적인 인플레이션과 광풍만 탓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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