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발급할수록 적자…VVIP카드의 역설
입력 2014-11-27 17:31  | 수정 2014-11-27 19:41
지난해 기업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 협회장 자리를 맡고 있는 A씨는 VVIP(극소수 상류층 고객) 카드로 불리는 ‘신한 프리미어카드 열혈 팬이다. 연회비만 100만원에 달하지만 카드 사용에 따른 혜택을 따지면 훨씬 남는 장사라는 게 A씨의 지론이다. 이 카드를 쓰면 연 1회 미주나 유럽 지역 비즈니스 항공권을 퍼스트클래스로 올려주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27일 신용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VVIP카드 사업에서 매년 많게는 수십억 원 적자를 보면서도 우량 가입자 유치를 위해 치열한 영토전쟁을 벌이는 역설적인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연회비 이상의 서비스를 퍼주는 대신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부자 고객을 유치해 마케팅 파워를 키우려는 속내가 담긴 것이다.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독립한 우리카드가 영업력을 높일 요량으로 VVIP카드를 새로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회사는 이달 연회비 100만원짜리 VVIP카드 ‘로열블루 1000을 출시했다. 우리카드가 VVIP카드를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 수억 원대의 연봉을 받는 스포츠 스타 상당수도 VVIP카드 발급 심사에서 탈락한다는 게 업계 통설이다. 단순히 돈만 많다고 카드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별로 조건은 다르지만 상장기업 최고경영자(CEO)에 필적하는 수준이 돼야 카드를 받을 수 있다”며 소위 ‘사회지도층에만 카드를 내주자는 게 내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엄격한 ‘물 관리에 나서는 것은 이유가 있다. 엄선된 VVIP 가입자 ‘바잉 파워를 내세워 가맹점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게 첫째 이유다. 명품 카드 회사라는 상징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자산가들은 불황이 닥쳐도 소비를 큰 폭으로 줄이지 않아 안정적인 카드 매출에도 기여한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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