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자사주 매입효과…삼성전자 웃다
입력 2014-11-27 17:08 
삼성그룹이 27일 국내 증시를 주도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5.25% 오른 126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정밀화학 2.2%, 삼성생명 1.23%, 삼성물산 3.15% 등 삼성 계열사의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삼성전자가 2조2000억원어치 사상 최대 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이 삼성 계열사 주가의 동반 상승이라는 연쇄효과로 이어진 것이다. 대신증권은 ‘나비효과의 시작이라며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50만원으로 기존보다 11.9% 올려 전망하기도 했다.
시장에선 이번 자사주 매입 건이 삼성그룹 지주회사 전환 시작단계라는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은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을 쉽게 하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라며 과거 자사주 매입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외국인투자자가 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전자 등 핵심 사업에 대한 지배력을 키우고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상속세 자금을 모으는 것이 오너가의 목표”라며 삼성 오너가가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지분율을 어떤 식으로든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상장은 상속세 마련을 위한 실탄 마련 차원이며 한화그룹에 화학과 방산 계열을 매각한 것도 핵심 계열사인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분 매입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사주는 인적분할 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의 자사주로 분할된다. 분할된 사업회사의 자사주는 분할 후 지주회사로 귀속될 수 있기 때문에 자사주를 매입하면 지주회사는 자연스럽게 자회사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증권가에서는 다음달 제일모직 상장 다음 수순은 삼성전자의 배당 확대 정책 발표와 인적분할이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등 그룹 핵심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현재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주식을 각각 4.1%, 7.6%, 1.3% 보유하고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가속화는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자사주 매입이 삼성전자 비중을 다시 늘리는 촉매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도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가속화는 현대차 SK 롯데그룹 등을 자극할 것”이라며 국내 증시 흐름도 당분간 이전과 다른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가가 추세적으로 상승하기 위해선 실적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용대인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가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는다면 펀더멘털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당분간 130만원 수준에서 주가가 머무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00년대 들어 10차례 자사주 매입을 실시한 바 있다. 이 중 자사주를 사들이는 기간 중 주가가 오른 경우는 5차례뿐이었다. 자사주 매입기간 수익률을 보면 주가가 58.6% 상승한 적(2000년 10월)도 있으나 28.7%나 하락한 적(2004년 4월)도 있다.
이날 코스피는 닷새째 상승하며 전날보다 1.25포인트(0.06%) 오른 1982.09로 장을 끝냈다. 최근 코스피 상승의 주역이었던 외국인은 일주일 만에 ‘팔자로 돌아섰지만 지수는 상승했다. 삼성발(發) 산타랠리가 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퍼지고 있다.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과 함께 대외 변수도 국내 증시에 우호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말 소비시즌에 대한 기대와 중국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연말 배당 이슈 등이 국내 증시를 산타랠리로 이끌 전망이다.
[전병득 기자 /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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