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받은 사랑 저라도 갚아아죠.”
'무쇠팔'로 불리며 한국 프로야구계의 전설이 된 고 최동원(1958∼2011)선수의 어머니 김정자 여사(79)가 11년 동안 1000 시간의 봉사활동을 해 온 사실이 알려져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26일 부산시 서구 동대신동 서구종합사회복지관에 따르면 김정자 씨는 지난 2003년부터 매주 월요일에 이 복지관에 들른다. 15명의 정신지체 장애인이 사는 이 복지관에 머무르면서 장애인들의 식사를 돕고 한글과 숫자를 가르친다.
서구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는 "장애인들을 안아주고 손을 잡아주고 친자식처럼 돌봐 주시는 분”이라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봉사활동을 거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2009년까지 이 복지관에서만 500시간 봉사해 '실버봉사상'을 받기도 했다.
김씨는 화·수·목·금요일에는 오전 9시30분부터 11시까지 해운대구에 있는 반송종합사회복지관에 나가 노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친다. 화·수요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는 수영구노인복지관에서 한글교사로 일한다.
그녀의 봉사활동은 2003년부터 시작됐다. 그 해 남편을 떠나보내고 "이제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살아가자”고 결심했다. 초등학교 교편을 내려놓은 지 4년이 지난 뒤였다. 그렇게 시작한 봉사활동이 올해 벌써 1000 시간을 넘겼다.
2011년에는 장남인 최 선수를 대장암으로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도 겪었다. 그때부터 김씨의 봉사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아들이 이 사회에서 받은 사랑을 어떻게든 갚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팬들이 스스로 최동원 선수를 기리는 활동에 나서는 걸 보면서 이런 마음은 더욱 굳어졌다. 그런 마음을 밑거름 삼아 그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날마다 봉사활동에 나선다.
'무쇠팔'로 불리는 최 선수는 1983년 프로에 데뷔한 뒤 8시즌 동안 통산 103승 74패 26세이브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1984년 롯데자이언츠 선수 시절에는 삼성과의 7전4선승제 한국시리즈에서 홀로 4승(방어율 1.80)을 따내며 '가을야구의 전설'로 불리기도 했다.
김씨는 "선수 시절 아들을 향해 보내준 많은 팬의 사랑을 되갚는 심정으로 남은 생은 봉사활동에 매진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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