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26일 석유화학부문 계열사인 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 방위산업부문 계열사인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를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빅딜을 단행하면서 삼성가 오너 3세의 경영권 승계 구도도 좀 더 명확해졌다.
그동안 다소 애매한 부문으로 남아 있던 화학 사업부문에서 사실상 철수함에 따라 그룹 구조가 전자, 금융, 건설·중공업, 서비스 등으로 단순화됐기 때문이다.
이번에 매각되는 삼성그룹 4개 계열사에는 오너 일가 지분이 거의 없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보유한 삼성종합화학 지분 4.95%와 이 회장의 삼성종합화학 지분 0.97% 정도가 전부다.
이부진 사장은 2007년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으로부터 지분 33.18%를 인수해 삼성석유화학의 최대주주가 됐으며 올해 4월 삼성석유화학이 삼성종합화학에 흡수 합병되면서 현재의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갖게 됐다.
매각 결의에 따라 이 사장이 보유한 삼성종합화학 지분도 한화그룹으로 넘어갔다.
그동안 항간에서는 이부진 사장이 오너가에서 유일하게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보유한 점 때문에 그룹의 화학 부문이 그에게 승계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다. 물론 이를 공식화한 적은 없다.
또 오너가에서는 화학부문 계열사에 공식 직함을 가진 이도 없다. 화학부문의 승계 전망이 애매하게 해석돼온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이 2차 전지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있는 삼성정밀화학 등을 제외하고는 화학부문 계열사를 처분함으로써 이같은 승계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따라서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금융·건설 등 그룹의 주력 사업부문을 승계하는 구도가 더 뚜렷해졌다.
이부진 사장은 호텔·상사·유통·레저(리조트) 부문을, 이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사장은 패션사업과 광고·미디어 사업(제일기획)을 전담하는 분할구도로 윤곽이 잡힌 것이다.
건설부문은 다소 복잡하다. 삼성의 건설사업은 삼성물산(토목·건축·주택), 삼성중공업(토목·건축), 삼성엔지니어링(플랜트), 제일모직(골프장·리조트 건설) 등 여러 계열사로 흩어져 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제동이 걸린 상태이지만 추후 재추진될 가능성은 있다. 삼성물산이 다른 계열사의 건설부문을 흡수할 여지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양대 축으로 한 전자·금융 부문과 삼성물산 중심의 건설 부문을 통할할 가능성이 크다.
이부진 사장은 당분간 호텔과 유통, 상사, 레저 부문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호텔신라 사장 외에 2010년부터 삼성물산 고문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물산 고문은 건설부문이 아니라 상사부문의 직함이다.
신라면세점 등 유통부문과의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 상사부문 고문을 겸하고 있다.
디자인을 전공한 이서현 사장은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과 제일기획을 맡고 있어 승계 분야가 비교적 뚜렷하게 정리돼 있다.
이번 빅딜이 오너 3세의 지분 구조 자체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5.1%와 삼성SDS 11.3%, 삼성전자 0.6%, 삼성자산운용 7.7% 등을 갖고 있고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은 제일모직 지분 8.3%, 삼성SDS 지분 3.9% 등을 소유하고 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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