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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M] 대한항공, 해외발행 ABS 다시 국내로
입력 2014-11-25 13:43 

[본 기사는 11월 21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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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이달 초 해외에서 발행한 매출채권 담보 자산유동화증권(ABS)이 단기금융증권인 전자단기사채(ABSTB)로 탈바꿈해 국내로 돌아왔다. 대한항공이 해외 투자자로부터 자금조달을 시도했지만 일부가 다시 국내 리테일에 풀리는 모양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대한항공이 이달 초 홍콩에서 발행했던 매출채권 담보 사모 ABS 중 일부가 단기금융증권인 ABSTB 형태로 구조화 작업(재유동화)을 거쳐 지난 18일 국내 시장에서 발행됐다. 발행 규모는 203억원이다. 만기는 2015년 1월 28일 이다. 이 ABSTB는 2018년 8월 27일까지 3개월에 한 번씩 총 16회씩 만기 연장(롤오버)하는 구조다.
앞서 이달 5일 대한항공은 모간스탠리와 이트레이드증권을 주간사로 선정해 홍콩 항공화물운송 서비스계약(매출채권)을 담보로 사모 ABS를 발행했다. 발행규모는 8억 홍콩달러(약 1100억원)로, 만기는 3년 8개월이다.
이번에 국내에서 발행된 것은 이트레이드증권 인수한 203억원이 기초자산이다. 이트레이드증권은 현대증권을 주간사로 선정해 ABS를 ABCP형태로 발행했는데, 현대증권이 신용보강을 제공했다. 대한항공이 ABS 원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 현대증권이 인수하는 조건이다. 현대증권 신용보강으로 이 ABSTB는 단기금융증권 중 가장 높은 'A1'등급을 받았다. 이 ABSTB는 공모 형태로 발행돼 리테일(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팔렸다.

ABS는 기업이 보유한 매출채권이나 부동산 등 자산을 담보로 발행되는 증권이다. ABCP나 ABSTB는 ABS와 마찬가지로 기초자산을 근거로 발행된다. 다만 ABCP는 1년 미만, ABSTB는 3개월 미만 단기금융증권(CP) 형태로 발행된다.
대한항공은 국내 기업 중에서 ABS를 활발히 발행하는 기업 중 하나다. 대한항공이 발행하는 ABS 기초자산은 주로 매출채권이다. 즉, 대한항공이 미리 자금을 조달받고 앞으로 벌어들이게 되는 매출액으로 부채를 상환하는 형태다.
대한항공은 올해 들어서만 ABS를 5차례 발행했다. 조달 금액은 8800억 원 이상이다. 대한항공은 항공업 침체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면서 공모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자 ABS를 활용해 주로 자금을 조달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례처럼 해외에서 발행된 매출채권 ABS가 재유동화를 통해 ABCP로 발행되는 것은 흔치 않지만 최근 간간히 관측되는 현상이다. 이는 최근 먹을거리가 부족한 증권사들이 개발한 영업방식 중 하나다. 만기 1년 이상인 장기부채를 단기금융상품인 ABCP로 바꾸면서 증권사들이 만기를 줄이고 신용을 보강해주는 대가로 수입을 가져는 형태다.
장기물인 ABS(또는 사모채권)가 증권사 신용보강을 통해 3개월 만기 단기물로 쪼개져 발행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줄어든다. 위험이 줄어든 대신 금리는 기존 ABS 보다 낮아지는데(ABS 가격 상승), 낮아진 금리만큼 차액은 신용을 보강해준 증권사 몫이다.
이 같은 재유동화는 공모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자금조달 창구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신용보강을 늘리면서 위기 상황에서 산업 부실이 증권업계로 쉽게 전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한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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