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옛 동지들 모여라"…안철수 성공의 조건
입력 2014-11-24 11:42  | 수정 2014-11-24 16:51
침묵하던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가 다시 대권 행보에 들어갔습니다.

안 의원은 오늘 오후 4시 대전 창조경제 혁신센터를 방문합니다.

7.30 재보궐 선거 참패로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100여일 만에 갖는 첫 민생행보입니다.

당시 안철수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7월9일)
- "저와 인연이 있는 사람이 최적의 후보일 때는 '자기 사람 챙기기'라고 하고, 저와 인연이 없는 사람이 공천받으면 '자기 사람도 못 챙긴다'고 한다. 그런 잣대로 비판한다면 하나님인들 비판받지 않을 방법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은 결국 양쪽의 비판과 공격을 견뎌내지 못하고 선거 다음날 사퇴했습니다.

재보궐 선거로 국회에 입성했지만, 초선 의원이라는 현실적 벽을 넘기는 어려웠던 것일까요?

안철수 대표는 100여일 동안 긴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잠깐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것 말고는 사실상 잠수를 탔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연합 전 공동대표(9월1일)
- "(세월호 특별법이 이렇게 안 풀리는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보세요?)…."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연합 전 공동대표(9월1일)
- "대표로 있을 때 세월호 문제 잘 마무리 짓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입니다."

잠수를 타던 안철수 의원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이유는 뭘까요?

민생행보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창조경제와 관련 있는 곳을 첫 방문지로 잡은 이유는 뭘까요?

지난달 기자회견에 그 답이 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후회되는 것이 제 전문 분야가 아닌 정치개혁을 들고나온 것이다. 당시 경제와 교육개혁을 가로막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해서 정치쇄신 얘기를 했는데 되레 오해를 받았다"(10월22일)

정치개혁보다는 경제·교육 등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정치활동을 벌이겠다는 의미입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겠죠.

지난 11월12일 수능 시험을 앞두고 페이스북에 '수능 대박 온 마음 다해 응원합니다'라는 수능생 응원 메시지를 공개한 것도 이런 뜻이 아닐까요?

젊은 층을 다시 끌어안으려는 시도일까요?

그야말로 초심으로 돌아간다고 해야 할까요?

사실 2년전인 2012년 11월23일은 안철수 의원에게는 가슴 아픈 날입니다.

당시 문재인 의원에게 대선 후보직을 양보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전 무소속 후보(11월23일)
- "제가 후보직 내려놓겠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어 새로운 정치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 앞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 이제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봅니다. 그러니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 저를 꾸짖어 주시고 문재인 후보께는 성원을 보내주십시오."

2년이 지난 지금 안철수 행보는 남은 3년을 위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하지만 안철수 현상과 열풍이 불던 2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당시 안철수 의원 옆에는 구름같이 사람들이 모여들었지만, 지금 옆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안 의원은 이를 의식한 듯 다음달 3일과 4일 자신들을 도와줬던 인사들을 잇따라 만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2년전 안철수 캠프 해단식을 하던 그때로 돌아가 그 사람들에게 다시 손을 내밀고자 하는 것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전 무소속 후보(12월3일 캠프 해단식)
- "지난 11월 23일 제 사퇴기자회견 때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하겠습니다. 이제 단일후보인 문재인 후보를 성원해 달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저와 함께 새 정치와 정권교체의 희망을 만들어 오신 지지자 여러분께서 이제 큰 마음으로 제 뜻을 받아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안철수 의원 측은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방문이나 사람들 만나는 모임에 정치적 의미를 두지 말아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혹자는 안 의원이 내년 2월 당권 도전에 나설 것이라 하고, 어떤 이는 차기 대권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간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안 대표가 다시 당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해보입니다.

안 의원에게는 대권의 꿈이 있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의원이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안철수 현상을 일으킬지는 조심스럽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안철수 의원의 한계를 봤고, 안철수 의원이 현실정치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사실도 봤습니다.

그러나 가능성은 있습니다.

2년 전이나 지금이나 현재 정치권은 국민의 신망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의원은 작금의 정치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안철수 현상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고 있는 모양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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