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정선군 민둥산역 인근에서 발생한 무궁화호 열차사고는 코레일의 안이한 대응이 승객들의 불안과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고차량은 오전에도 장시간 정차했다고 승객들이 주장하면서 이미 차량에 문제가 있었음에도 운행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 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166명의 승객을 태운채 달리다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멈춰선 정선발 청량리행 무궁화호 열차와 긴급 구조에 나선 열차간 충돌사고로 28명이 다쳤다. 당시 터널내에 멈춰선 열차는 견인차량과 충돌하면서 전원이 꺼지면서 암흑 속 공포로 바뀌었다. 일부 승객들은 쓰러졌고 고함을 지르면서 그대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동료와 함께 정선 5일장을 찾았다가 사고로 다친 오모(46·경기 수원)는 "열차가 정선역을 출발한 지 5분여 만에 멈췄다”며 "한참 뒤에 구조 열차와 연결 중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온 직후 '꽝∼'하는 굉음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고 말했다.
오씨는 열차가 멈춰선 와중에 화장실에 다녀오던 중 열차가 충돌하는 바람에 그대로 바닥에 넘어져 얼굴 등을 다쳤다. 그러나 코레일측은 차량 견인에만 시간을 허비하면서 승객들이 장시간 추위와 불안에 떨게 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당시 승객들은 사고 발생 후 5시간 40분이 지나서여 겨우 집으로 귀가할 수 있었다.
특히 사고 열차는 당일 오전에도 장시간 정차했다는 승객들의 증언이 잇따라 사고 열차에 이미 이상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남편과 함께 사고 열차에 탑승한 지모(41·여·충북 청주)씨는 "사고 당일 오전에도 열차가 동력이 부족한지 힘없이 이동하다가 결국 민둥산 역에서 20∼30분간 정차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사고 당일 오전에 열차가 민둥산 역에서 기관차를 교체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내리막 구간 이동에 따른 제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관차 자체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무궁화호 열차는 사고 발생한 지 7시간 40여분 만에 견인돼 23일 오전 사고구간의 운행이 전면 재개됐다. 경찰은 국토부 산하 철도 특별사법경찰대 등과 합동으로 사고 열차의 기관사 등 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조사중이다.
[정선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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