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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M] 삼성SDS 공모주 배정 특정기금에 몰아주기?
입력 2014-11-18 15:17  | 수정 2014-11-18 18:50

[본 기사는 11월 14일(10:4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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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사가 특정기금에 삼성SDS 공모주를 몰아줬다."
삼성SDS의 공모주 배정 결과가 통보된 지난달 31일 증권가에선 이 같은 소문이 돌았다.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 결과 이번 삼성SDS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652대 1에 이를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전체 공모 물량의 60%에 해당하는 365만9762주가 기관 대상인데, 기관 신청 수량이 23억8436만2876주나 된 것이다.
공모주 투자시 기관들은 희망물량을 대표주간사에 제출하게 된다. 개인투자자와 달리 기관들은 따로 청약 증거금을 낼 필요없이, 신청 수량만 알리면 돼 절차가 간소하다.
이후 대표주간사에선 그 나름의 기준에 따라 자율적으로 기관별 배정 물량을 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관 물량의 상당규모가 국민연금 몫으로 떨어졌단 얘기다.
실제 일부 기관들은 고작 1억원 어치만 배정받아 황당해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각 기관별 배정 현황을 알려달라는 기관들 요구가 대표 주간사인 한국투자증권에 빗발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청약에 참여했던 기관 관계자는 "그동안 꾸준히 공모주 청약에 참여해 왔는데, 이렇게 적은 물량을 배정받긴 처음"이라며 "공모주 투자에 처음 나선 국민연금이 나머지 기관 몫을 다 흡수해 간 상황"이라고 전했다.
물론 국민연금이 얼마를 배정 받았는지는 한국투자증권과 국민연금만 알고 있어, 이 같은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긴 힘들다. 자칫 경쟁에서 밀린 기관들의 볼멘소리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번 삼성SDS 건 외에도 공모주 청약 때마다 "주간사에서 특정 기관에 물량을 몰아줬다"는 구설수가 적지 않았던 만큼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식으로 공모주 투자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상장 주간업무를 맡은 증권사들이 공모주 배정 때 주요 고객들을 챙겨주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면서 "배정 기준과 배점 등 정량평가 방식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한국투자증권은 나름의 기준을 갖고 기관별 배정 물량을 정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삼성SDS 공모주 투자설명서에서 △가격 △의무보유 확약 여부 △운용규모 △공모가격 제시여부 △공모 참여실적 △투자 및 매매 성향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배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공모에 참여한 1075개 기관(개별 펀드 포함) 중 93%가 확정공모가인 19만원을 웃도는 신청가격을 제시하고, 15일 이상 배정 물량을 의무적으로 보유하겠다고 밝힌 곳도 전체의 40%에 이르러 가격과 의무보유 확약 여부는 배정물량 규모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는 아닌 상황이다.
결국 운용규모나 공모참여 실적, 투자·매매성향에서 배정규모가 결정됐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이 경우 약 90조원을 국내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만큼 운용규모 측면에선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공모 참여실적' 항목의 경우 삼성SDS 공모주 투자가 국민연금의 사상 첫 공모주 투자라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크다. 공모 참여 실적이 전무한 터라 관련 배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배정받은 물량이 타 기관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면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한국투자증권만 몰아세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주간사가 공모주를 자율적으로 배정하는 게 제도적으로 문제가 없는데다, 배정 결과를 공개해야할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모주 청약 제도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나서 공모주 배정 때 주간 증권사가 보다 투명한 정량평가 기준을 투자자들에게 제시해, 철저하게 점수에 따라 물량이 공정하게 배분되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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