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세조대에 만들어져 일본으로 건너간 불교 경전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의 희귀 목판인쇄본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전시된다.
동국대 박물관은 오는 18일부터 내달 19일까지 서울 중구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개교 108주년 기념 기획특별전 '108번뇌로부터의 해탈: 각즉불심'(刻卽佛心)에서 이 판본을 공개한다고 17일 밝혔다.
국내에 있는 다른 묘법연화경과 달리 절첩본(折帖本·병풍처럼 접는 식으로 만들어진 책)인 이 판본은 조선 세조 5년(1459년) 간행됐다. 지금은 일본 쓰시(津市) 세이라이지(西來寺)에 소장돼 있다.
판본 1권에 수록된 변상도(變相圖·불교의 종교화)는 석가여래 앞에 무릎을 꿇고 불법을 청하는 '보살형 청문자'가 등장하는 그림으로는 국내 최초라는 점에서 가치가 매우 크다고 박물관 측은 설명했다.
정우택 박물관장은 "이 변상도는 나무에 새겨 찍은 그림임에도 선이 마치 아주 가는 붓으로 방금 그려낸 듯 섬세하고 유려하면서도 활달하다"며 "고려는 물론 저신전 시기 목판본 변상도 가운데 단연 뛰어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판본은 세종의 며느리 광평대군부인 신씨(廣平大君夫人 申氏)가 세조와 그 왕비인 정희왕후, 세자의 복을 기원하고 세종과 그의 왕비 소헌왕후, 세조의 장남, 자신의 남편 등 죽은 이들의 명복을 빌고자 간행했다.
정 관장은 "판본이므로 대량제작됐으리라 추정되지만 어떻게 일본으로 건너갔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며 "일본 내에서도 공개된 적이 없을 만큼 중요한 성보(聖寶)이며 이번에 사찰 측의 배려로 특별히 공개된다"고 말했다.
묘법연화경은 전체 7책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변상도가 수록된 1권과 김수온(金守溫, 1410~1481)이 쓴 발원문이 포함된 7권이 공개된다.
이밖에 동국대 중앙도서관, 송광서 성보박물관, 목아박물관, 불교 천태중앙박물관과 개인 등이 소장한 불교 판화작품 등 모두 47점이 전시된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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