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신소재인 '흑린'을 이용해 안정성과 성능이 좋은 트랜지스터(반도체)를 개발했다.
최원국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계면제어연구센터 책임연구원과 송용원 책임연구원 공동 연구진은 흑린에 보호막을 코팅한 뒤 반도체로 활용하는데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흑린은 인(P)의 한 종류로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과 유사한 성질을 갖고 있다. 그래핀을 전자기기로 활용하려면 전기가 잘 통해야 한다. 하지만 그래핀은 도체 성질이 강해 전기가 잘 흐르지 않아 반도체로 만들기 어려웠다. 이후 과학자들은 흑린에 관심을 갖았다. 그래핀처럼 얇은 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전기를 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흑린에 '산화알루미늄'으로 보호막을 감싸 공기 중에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최원국 책임연구원은 "흑린은 공기와 만나면 쉽게 반응해 불순물이 만들어졌다”며 "따라서 반도체로 활용하기 어려웠는데 이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산화알루미늄으로 보호한 흑린 반도체가 2개월이 지난 뒤에도 공기와 반응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최원국 책임연구원은 "그동안 흑린 반도체는 안정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활용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며 "흑린 내에서 전자가 이동하는 원리는 물론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 만큼 향후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ACS 나노' 4일자에 게재됐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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