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인터뷰] 저층의 경제학, “높다고 좋은 건 아냐, 관건은 기획”
입력 2014-11-17 09:41  | 수정 2014-11-17 10:05
[“작아도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건물, 항상 활기가 가득찬 건물, 인간적이면서 즐거움이 가득한 공간. 이런 포인트(POINT)를 조합해가면서 새로운 상업시설은 어떤 모습일지 늘 고민한다”는 (주)마치 김용진 대표]
8층까지 올릴 수 있는 건물을 2층까지만 지어 판다고 생각해봐, 다들 미쳤다 그러지. 근데 다들 몰라서 하는 말이야. 8층까지 지어 저층(1~2층)에서 돈 벌면 뭐해, 윗층(3층)부터 (이익이)까지는데…(주식회사 마치 김용진 대표, 58)"
흔히 매스컴이나 언론이 부동산시장을 말할 때 주택시장에 국한시켜 이해하는 이들이 많다. 그만큼 상가시장은 먼발치 떨어져 바라보는 시각이 전반적이다.
그래서일까, 상가시장은 묘하다. 부동산시장에서 목돈을 움직이는 이들은 주택보다 ‘상가에 더 주목한다.
㈜마치(March) 김용진 대표도 그 중 하나다. 30년 가까이 전국각지에 상가를 공급해 온 그는 늘 새로운 상품을 연구하는 ‘공부하는 CEO로도 이 바닥에 정평이 나 있다.

8층 올릴 수 있는 부지에 2층 건물만 고집하는 이상한 CEO
지난 12일 10평 남짓한 오피스텔에서 만난 김 대표의 첫 인상에는 ‘성공의 열매를 취득한 화려함보다는 ‘장인의 옹고집이 서린 당당함이 배어있었다. 반면 평균 연매출 규모가 500억원이나 되는 회사 대표의 사무실치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남루했다.

그는 사업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함부로 지갑을 열지 않는다. 20대 후반 토지 전매를 통해 시기에 맞지 않게 큰돈을 벌었지만, 번만큼 흥청망청 써대던 때를 지우기 위해서다.
IMF가 대한민국을 휘몰아칠 당시 그 역시 고꾸라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이 태어났다. 그제야 실패를 곱씹어보기 시작한 그는 실패의 원인을 분석함과 동시에 개선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죽기를 각오하고 제주도로 내려간 적도 있다. 3개월을 체류하면서 여태까지 벌려온 사업들을 하나하나 들춰봤다”고 당시를 회상하면서, 그 때 향후 사업에 접목시킬 몇 가지를 마련했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것인 ‘원가절감‘이다. ㈜마치는 민간택지에서는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다. 공공용지 즉, LH(토지주택공사)나 전국의 지방공사에서 공급하는 상업용지에서 사업을 벌인다. 공공상업용지 중에서도 미분양용지가 주된 타깃(Target)이다.
김 대표는 LH나 지방공사에서 입찰에 재입찰 공고가 나와도 안 팔리는 땅을 할인받아 매입하기 때문에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금융혜택(5년 간 중도금무이자)과 선납할인까지 받으면 원가의 13% 가량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별도의 토목공사비가 들어가지 않아 싸게 매입한 만큼 저렴한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어 미분양 우려가 적고, 분양자나 임차인, 개발사 모두가 ‘윈-윈-윈 할 수 있는 선순환구조를 그릴 수 있다.
물론 신규 공공상업용지 입찰에도 참여한다. 하지만 매번 경쟁사에 지고 만다. 입찰장에 직접 가기보다는 직원을 보낸다는 김 대표는 직접가면 왁자지껄 한 입찰장 분위기에 휩싸여 높은 금액을 써낼 수 있기 때문”이라며 늘 입찰가는 103%가 마지노선”이라고 강조한다.
그에게 내정가의 103% 이상의 입찰가는 ‘무리수 그 자체다. 때문에 (주)마치는 지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낙찰받은 사업장이 전무해 한동안 개점휴업 상태이기도 했다.

‘저렴한 상가 용지에 ‘기획력으로 무장
그에게 용지를 싸게 사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기획이다. 상가를 전문으로 하는 디벨로퍼 중 대다수가 성공의 단맛을 맛보기도 전에 도산하는 이유가 바로 ‘기획력의 차이라는 게 김 대표의 분석이다.
김 대표는 "내 주위에도 사업성(돈)만 보고 시행에 나섰다 낭패를 본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라며 "진정한 사업성은 분양자와 상가 이용객의 눈 높이를 맞춰야 가능하고, 그 만큼 기획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기획이란 설계를 필두로 각종 부대시설, 고객동선, 시공, 마케팅까지 상권형성에 없어선 안 될 포괄적인 개념이다. 2011년 이후 ㈜마치가 공급하는 상가는 국내 설계사무소 중 세손가락 안에 꼽히는 정림건축이 설계한다.
김용진 대표는 지난 2011년 5월 우연히 천안종합휴양지 내 상업시설 라꾸보(La-Cubo)를 본 후 정림건축을 알게 됐고, 설계단계부터 믿을 수 있는 회사에 맡겨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김경훈 소장과 만난다.
이후 대전서구 관저지구 상업시설 4개 블록, 행정복합도시 1-5생활권 C1-5블럭 상업시설을 계약했다. 정림건축은 현재 부산 센텀지구 마치호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마치의 주요 요구사항은 크게 여섯 가지로 나뉘는데 △1층 상권의 최대 확보 △가로변에 최대한 많은 점포 확보 △상업시설 각 유닛(UNIT)의 최대 면적, 가변성 확보 △쾌적한 상업공간 △상업공간의 가시성 최대화 △지상에서 바로 이어지는 직통계단 설치 등이다.
정림건축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저층, 소규모 상업시설에 집중해 온 마치의 노하우를 존중해 김 대표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해 설계에 착수한다.
[현재 김포한강신도시와 천안시 백석동에 조성 중인 ‘라베니체 마치에미뉴(왼쪽)와 ‘천안 마치에비뉴]
김 대표는 설계비와 감리비를 아끼지 않기로도 유명하다. 부산에서 유동인구가 해운대구 다음으로 많은 센텀시티에는 딱 하나의 나대지가 있다. 소유주는 바로 ㈜마치다. 지난 2002년에 땅을 매입했지만 아직도 착공에 들어가지 않았다.
김 대표는 12년 동안 설계변경만 6번”이라며 설계에 들어간 돈만 6억원에 달한다”고 말한다. 완벽을 추구하는 그의 ‘장인정신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지어놓고 끝? 상가 활성화 위해 매출의 10% 재투자
그는 또 매출액의 10%는 해당 상가의 활성화를 위해 재투자한다. 장사가 잘되도록 일 년 동아 이벤트를 열기도 하고, 상권 형성에 도움만 된다면 추가공사도 마다하지 않는다.
또 김포한강신도시와 충남 천안시 백석동에 조성 중인 수변상가 ‘라베니체 마치에비뉴와 ‘천안 마치 에비뉴는 1년 동안 무상으로 점포를 대여해주는 Rent Free제(무상임대)를 도입해 임차인의 부담을 줄여줬다.
이 모두가 ‘나만이 중요한 요즘 세태에 반하는 ㈜마치 김용진 대표의 ‘다 같이 잘되자는 ‘윈-윈-윈에 기인한다. 남들과 같은 생각을 하면 남들만큼은 갈 수 있지만 리더는 될 수 없다. 즉, ‘역발상이 사업의 원동력이며, 그가 추구하는 삶이다.
㈜마치 김용진 대표는 지금까지 매 사업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들을 추구하며 바꿔왔다고 자부했지만 결국 바뀐 것이 없다”며, 모든 것이 잘 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앞으로 닥칠 난관을 극복하려면 늘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늘 자신을 되잡는다.
건축물의 외관과 마감자재, 평면, 편의성, 사업성 이 모든 것들이 유기적인 관계를 이뤄야 하고, 그래야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디자인과 그 위에 문화를 접목한 신 개념의 상품을 선뵐 수 있다는 고민이 계속되는 한 단언컨대 그의 성공 행진(march)은 계속될 것이다.
[글·사진 매경닷컴 조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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