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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첫방②] 무늬만 기자? 균형감 있게 ‘제대로’ 그렸다
입력 2014-11-13 09:19 
사진=SBS 방송 캡처
[MBN스타 이다원 기자] ‘기자들의 치열한 세계를 그리겠다.

SBS 새 수목드라마 ‘피노키오의 제작진이 기획 의도를 발표했을 땐 많은 이가 반신반의했다. 앞서 MBC ‘스포트라이트 KBS2 ‘총리와 나 등 여러 작품에서 기자 세계가 그려졌지만 그저 특종을 위해 비열한 짓을 하거나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으로 그려졌을 뿐, 직업적 고뇌와 리얼리티를 제대로 담아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노키오는 직업적 편견에 갇히지 않고 황색 언론사 기자부터 사실만 다루려는 올곧은 매체까지 균형감 있게 담아냈다. ‘무늬만 기자에서 벗어나려는, 모처럼만의 반가운 움직임이었다.

12일 오후 베일을 벗은 ‘피노키오에서는 보도에 관련된 다양한 군상이 나와 흥미를 더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는 갈등의 중심에 선 황색 언론사 MSC 사회부장 송차옥(진경 분)이었다.

‘자극적이어도 많은 이가 본다면 그것이 기사라는 마인드의 송차옥은 취재를 위해서라면 루머 퍼뜨리기부터 사실 왜곡까지 서슴지 않는 기자였다. 그는 소방대원 9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을 취재하던 중 기호상(정인기 분)이 무리하게 화재 진압을 지시했다는 신고자 진술에 집중해 그를 진급에 눈이 멀어 부하들을 사지로 내몬 파렴치한으로 만들었다. 또한 기호상의 아들인 달포(남다름 분)에게 아버지만 살아돌아와 기쁘냐?” 아버지가 평소 진급에 관심이 많았느냐” 등 자극적인 질문을 쏟아내는가 하면, 이래야 사람들이 많이 본다”며 사건과 상관없는 기호상 아이들 영상을 짜깁기해 악덕 기자의 끝을 보여줬다.



왜곡 보도에 가책을 느껴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느냐”고 묻는 후배의 말에 송차옥은 자신의 캐릭터를 완성한 한마디를 내놨다. 그는 팩트보다 임팩트야. 사람들은 이 사건에 대한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해. 그게 무리한 화재 진압을 지시한 기호상이야”라며 왜곡 보도도 서슴지 않는 그릇된 직업관을 내비쳤다.

이에 반해 사건의 본질을 보도하기 위해 추측성 기사를 자제한 YGN 보도국장 이영탁(강신일 분)과 사회부 시경캡 황교동(이필모 분)은 작품의 균형을 잡아준 인물이었다. 이들은 알아야 할 사실과 묻어야 할 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보통 기자들의 고뇌를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기호상 자녀 영상을 어디까지 편집하고 방송할 것이냐를 두고 황교동은 그냥 모자이크 처리해서 내보내자. MSC도 그렇게 방송하지 않았느냐”고 투덜거렸지만 이영탁은 기호상이 과잉 진압을 지시했다는 증거 있느냐?”며 영상을 빼라고 결정했다. 이어 팩트는 1%가 모자라도 팩트가 아닌 것이 된다”며 실제 기자들이 자주 쓰는 말을 덧붙여 리얼리티를 살렸다.

이처럼 ‘피노키오는 독자나 시청자의 반응만 목표로 하는 악덕 기자와 공정 보도에 힘쓰는 올바른 기자 모두를 다루며 작품 속 균형을 유지하고자 했다. 물론 극적 재미를 위해 다소 과장된 면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다른 작품들에 비해 직업으로서 기자가 아닌, 사람으로서 기자를 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또한 직업의 특징을 잘 녹여낸 대사도 ‘피노키오만의 장점이었다. 수많은 기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조심스럽게 첫 발을 뗀 이 작품이 얼마나 깊이 있게 기자들을 다룰지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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