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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기적의 9회’를 위해 그토록 애를 태웠나
입력 2014-11-10 22:01  | 수정 2014-11-10 22:04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넥센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8회말 무사 1,2루 삼성 이승엽이 몸에 맞은볼로 출루하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약속의 8회가 아닌 충격의 8회였다. 그러나 삼성 라이온즈에는 또 다른 기적의 9회가 있었다.
삼성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2-1로 극적인 끝내기 역전승을 거뒀다. 시리즈 3승2패. 역사적인 통합 4연패를 향한 마지막 1승만 남겨뒀다.
8회까지 이어진 지독한 빈공. 그러나 삼성은 9회말 2사 후 극적인 드라마를 위해 이토록 애간장을 태웠나 보다.
삼성은 8회초까지 0-1로 끌려갔다. 0의 행진을 이어가다 6회초 서건창의 적시타로 뼈아픈 선취점을 내줬다.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삼성이 믿을 기회는 남아 있었다. 약속의 8회였다.
기적 같이 맞아떨어졌다. 삼성은 0-1인 8회말 최소 동점, 역전까지 가능한 최고의 기회를 잡았다. 선두타자 채태인이 바뀐 투수 조상우를 상대로 중전안타를 치고 나갔다. 이어진 최형우의 볼넷. 무사 1, 2루 찬스서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섰다.
이승엽은 8회의 사나이다. 그래서 이승엽이 있는 삼성의 8회 공격은 약속의 이닝으로 불린다. 지난 목동 3차전에서도 이승엽의 행운의 안타가 동점 적시타로 연결돼 극적인 3-1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이승엽은 무사 1, 2루서 초구를 파울 타구로 날린 뒤 2구째 다리에 공을 맞았다. 공이 맞는 순간 이승엽은 아픔을 잊었다. 박수를 치며 크게 환호했다. 이런 모습도 처음. 삼성은 무사 만루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여기까지는 약속의 8회였다.
넥센은 조상우 대신 마무리투수 손승락을 올렸다. 삼성의 후속타자들은 충격적인 범타 퍼레이드를 벌였다. 박석민이 부진을 떨쳐내지 못하고 유격수 플라이로 물러났고, 박해민의 1루수 앞 땅볼에 3루주자 채태인이 홈에서 태그아웃됐다. 이어진 2사 만루 찬스. 마지막 기회마저 무위로 끝났다. 이흥련이 2루수 땅볼로 허무하게 물러났다.
삼성 최형우가 9회말 2사 1, 3루에서 끝내기 안타를 치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충격적인 8회를 보내며 그렇게 경기는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삼성은 강했다.
9회말 1사 뒤 야마이코 나바로가 넥센 유격수 강정호의 실책으로 살아나갔다. 넥센으로서는 악몽의 시작. 박한이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채태인의 우전안타. 2사 1, 3루 찬스서 대주자 김헌곤이 채태인을 대신했다.
그리고 삼성의 4번타자 최형우가 타석에 들어섰다. 한 방을 기다렸다. 상대는 손승락. 쉽지 않은 진검승부였다. 최형우는 2B2S 이후 1루 베이스를 스치는 끝내기 2타점 적시 2루타를 때려냈다. 이보다 극적인 역전승은 없었다. 삼성 선수들은 더그아웃을 박차고 뛰어나와 격하게 환호했다.
최형우가 만든 기적의 9회였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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