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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레이더] 지배구조 이슈는 새로운 모멘텀
입력 2014-11-10 17:15  | 수정 2014-11-10 19:24
최근 주식시장에서 삼성SDS 상장이 큰 화젯거리다. 국내외 자금 450조원이 기관 청약에서 삼성SDS 투자 의사를 밝히면서 경쟁률이 651대1에 달했으며, 일반인 대상 공모에도 15조6000억원이 몰려 경쟁률 134대1을 기록했다.
그러나 상장 후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록적인 경쟁률을 감안한다면 노력에 비해 투자 매력이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기록적인 삼성SDS 청약률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관련이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장기 입원한 이후 하반기 들어 속도를 내고 있는 삼성 지배구조 개편이 주식시장과 향후 계열사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한 데 이어 상장 의사를 밝힌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SDS 상장이 이달 14일로 예정돼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제일모직도 공모 절차를 거쳐 당초 예상보다 이른 12월 18일에 상장된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금융 계열사 지분을 취득한 것도 경영권 승계가 빨라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회사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과 함께 경영권 승계 이후 큰 폭의 배당 확대 가능성이 시장에서 거론된다. 실적이 정체돼 있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지배구조 이슈가 본격적인 주주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에 이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방향도 관심 대상이다. 지배구조와 관련해 일찌감치 현대글로비스가 주목받은 데 이어 최근 오너 일가 지분율이 높은 광고대행사 이노션이 기업공개에 나서면서 그룹 내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삼성그룹이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삼성SDS와 제일모직 상장을 통해 3세로 경영권 승계를 자연스럽게 추진했듯이 현대차그룹도 이노션 상장을 통한 2세들 지분 매각과 현금 확보로 정의선 부회장 지배구조를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기업을 둘러싼 지배구조 이슈는 사실 시장 외적 이슈로 합리적인 추정이 어렵다. 그러나 올해 5월 이 회장 건강 악화로 시작된 삼성 지배구조 이슈는 서서히 국내 대기업 전반으로 확대될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 지배구조 변화는 주력 사업 조정을 낳아 기업 가치 재평가를 이끌 수 있다. 그동안 저평가됐던 기업은 적정 가치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자본이득 기대감도 커질 수 있다. 기업 승계 과정에서 시작된 지배구조 이슈는 앞으로 수년간 모멘텀 부재에 시달리는 국내 시장에 기대심리를 높이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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