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美대출채권펀드’에 개인자금 몰려
입력 2014-11-09 18:26 
내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해지면서 변동금리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시니어론(선순위 대출) 펀드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최근 6개월 동안 공모형 상품에 유입된 자금만 2500억원을 넘겼다. 미 통화정책 정상화에 채권가격 하락이 불가피해지면서 전략 수정에 나선 투자자들이 발 빠르게 시니어론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미국 대체투자 거물인 하워드 마크스 오크트리 회장도 최근 방한해 내년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금리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시니어론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9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초 공모형으로 판매 중인 미국 시니어론 펀드 4개 상품의 설정잔액은 252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처음 공모형 시니어론 펀드를 내놓으면서 2013년 말 100억원도 채 되지 않았던 펀드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성장한 것이다.
펀드업계 관계자는 시니어론 펀드는 기관투자가들이 금리 변동 위험을 헤지할 목적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주로 사모 형태로 발행됐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8년 만에 미 금리 인상이 예견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수요가 늘어나 공모형 상품도 인기를 끌게 됐다”고 말했다.
시니어론은 미국 투자비적격등급(투기등급) 기업들이 은행에서 빌린 변동금리담보대출을 말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기준 신용등급 BBB- 이하의 저신용 기업들이 채권을 발행하지 않고 대출로 자금을 조달할 때 이것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투기등급 채권에 투자하는 하이일드 펀드와 성격이 비슷하지만 변동금리이고 담보가 있어 안정성 면에서는 앞선다. 또 시니어론 의미 그대로 상환 순위가 다른 신용대출·회사채 등에 비해 앞서 있어 부도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다.

미국 시니어론의 가격 지수 중 하나인 S&P 미국 레버리지론100지수는 최근 10년 동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금융위기까지 번진 2007~2009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6.52%를 기록했고 10년간 수익률도 연 5.07%를 거뒀다.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이 올해 4월 출시한 ‘프랭클린미국금리연동특별자산자투자신탁(대출채권)에는 이달 3일까지 1282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올해 해외 펀드 시장에서 단일 유형 펀드 중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셈이다.
시니어론의 수익원인 대출이자율은 리보금리(LIBOR)에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된다. 투기등급 기업들은 가산금리가 높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일반 회사채에 비해 높다. 여기에 기준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리보금리가 상승하면 이자율도 함께 상승해 펀드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다른 채권과 달리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가격 하락도 피할 수 있다.
자금 유입은 줄어들지 않고 있지만 섣부른 시니어론 투자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금리 수준이 바닥이고 미국 금리 인상 시기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단기적인 수익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 이들 펀드의 설정 후 약 6개월간 수익률은 1% 수준에 머무는 것도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니어론은 현재 리보금리(0.25%)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고 최저금리 보장제인 ‘리보플로어가 1% 수준으로 설정돼 리보금리가 1% 이상 오르기 전에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며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내년 상반기 이후에 투자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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