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친노해체" 문재인, "호남의 남자" 이정현
입력 2014-11-07 11:24  | 수정 2014-11-07 16:30
정치인은 자신에게 명명된 틀이 때로는 확고한 지지기반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더 이상 뻗어나갈 수 없는 한계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그 틀을 깰 필요가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은 오늘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친노'라는 틀을 깨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기사 내용을 보죠.

"계파를 불식하는 데 앞장서서 노력하겠다. 필요하다면 '문재인 계파는 없다' '친노해체' 이런 식의 선언이라도 하겠다"

사실 이 말은 '친노', '비노', '친노 강경파'라고 말하는 건 일종의 프레임이며 그런 계파는 없다는 역설적 강조입니다.

"친노 패권주의, 이런 말을 들으면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낀다"

그러나 문 의원도 말했지만, 국민은 친노가 존재하고,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은 친노가 장악하고 있다고 봅니다.

"어찌됐든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심각한 현실이다. 그것을 털어내지 못하면 우리 당의 미래는 없다"

문재인 의원에게는 자신의 기반이지만, 이제는 굴레가 돼 버린 '친노'라는 프레임을 스스로 벗어던지고 싶어하는 모양입니다.


문재인 의원이 '친노'라는 굴레를 벗어나는게 과연 가능할까요?

지난해 5월 노무현 대통령 4주기에 한 말을 다시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당 의원(2013년 5월19일)
- "노무현 대통령님이 남기신 말씀이 있다. 깨어 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으로 민주주의 지키고 정치도 닦아야 한다. 제가 정치에 뛰어든 것도 이것을 실현하려는 것이었는데 여러분 성원에도 뜻을 이루지 못해서 국민께 송구스럽고 노무현 대통령께도 죄송스런 심정으로 4주기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분, 강물이 바다를 포기하지 않듯 노무현 대통령이 꿈꿨던 사람을 위한 세상을 위한 꿈은 놓칠 수 없다."

문재인 의원은 얼마 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로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을 보는 모습이 잡히기도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리운 것일까요?

친노란 노무현 대통령의 사상과 이념을 따르는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보고 '스스로 흩어지라, 나도 떠나겠다' 이렇게 말하는게 과연 가능할까요?

문재인 의원은 '문재인표 정치를 기대해달라' 했지만, 사람들은 문재인표 정치에서 노무현표 정치를 보게 될 지 모릅니다.

'박근혜의 남자'로 불렸던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호남의 남자'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지난 7.30 재보궐선거에서 호남에 예산폭탄을 퍼붓겠다는 이정현 의원의 공약은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당시 이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정현 / 새누리당 의원(2014년 7월31일 당선 당시)
- "이정현이 잘나서가 아니라 일단 한 번 기회를 줘보겠다는 의미란 점을 잘 알고 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순천시민과 곡성군민이 우리 정치와 지역 구도를 바꾸는 위대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을 감격스럽게 보고 계실 것이다. 유권자들을 하늘처럼 받들고 은혜를 갚으며 살겠다. 호남 정서 대변, 인재 양성을 위한 머슴이 되겠다"

호남의 머슴이 되기 위해 이정현 의원은 박근혜의 남자라는 기반을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사진은 지난 4일 최경환 부총리와 만나는 모습입니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국회 예결특위의 내년 예산안 검토보고서를 보면 이정현 의원의 지역구인 순천에 100억대 신규사업이 추가됐습니다.

순천시와 전남교육청이 559억원 규모의 에코에듀 체험센터 사업을 따낸 것도 이 최고위원과 무관치 않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래서일까요?

국회 의원회관 이정현 의원의 방은 호남 예산을 부탁하기 위한 광주 전남 지역 공무원들로 거의 매일 붐빈다고 합니다.

매주 주말마다 이 의원은 마을 단위로 의정보고를 하고 간담회를 갖고 있습니다.

간담회가 끝나면 그 마을에서 잠을 자며 주민들의 애로 사항과 민원을 듣는다고 합니다.

이정현 의원이 당선된 지 이제 100일. 이정현 의원은 '박근혜의 남자'에서 '호남의 남자'로 90%는 변신한 듯합니다.

그러나 아직 10%가 남았습니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민심도 적지 않습니다.

지지기반을 빼앗길지도 모르는 새정치연합이 이정현 의원의 폭탄 예산을 허용할 지는 불투명합니다.

예산폭탄이 실현되지 않으면 이정현 의원은 도로 '박근혜의 남자'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이정현 의원이 박근혜의 남자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까요?

문재인 의원과 이정현 의원의 굴레 벗어나기가 성공할 지 궁금해집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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