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방카 25%룰’ 꺼내 현대車 압박

자동차 복합할부금융 가맹점 수수료율 수준을 놓고 현대자동차와 KB국민카드 입장이 좁혀지지 않자 금융감독당국이 현대차를 상대로 ‘방카슈랑스 25% 룰 개념 도입을 검토하겠고 압박했다.
오는 10일 현대자동차와 KB국민카드의 가맹점 계약이 해지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의 피해를 우려한 금융당국이 계약 연장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협상이 결렬되면 다시 가맹점 계약을 체결할 때까진 KB국민카드로 현대차를 구입할 수 없다.
국민카드와 BC카드를 시작으로 신한카드(2월 말), 삼성·롯데카드(3월 말) 등도 현대차 가맹점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번 금융당국의 조치 여부에 따라 현대차와 카드업계 간 신경전도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7일 현대자동차그룹이 카드사와 복합할부금융 상품 계약을 해지한다면 현대·기아차 자동차 금융 독과점을 막는 차원에서 일종의 ‘방카슈랑스 25% 룰을 도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현대·기아차의 할부금융을 현대캐피탈이 독과점하고 있는 시장을 규제하겠다는 얘기다.

현대캐피탈의 현대·기아차 할부금융 점유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자동차금융 시장에서 그동안 중소 할부사들은 카드사들과 손잡은 복합할부금융 상품을 적극 활용해왔다.
복합할부금융은 자동차 구입 대금을 신용카드로 내면 캐피털사가 카드사에 결제 대금을 갚아주고 고객은 캐피털사에 매달 할부금을 내는 상품이다. 복합할부금융이 활성화하면서 현대캐피탈의 현대·기아차 할부금융 점유율은 2011년 86.6%에서 지난해 74.7%로 낮아졌다.
금융당국은 현대차와 카드사 간 협상 결렬로 복합할부금융 상품이 사라지면 현대캐피탈의 자동차금융 독과점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방카슈랑스 전례를 들면서 현대캐피탈이 현대·기아차 상품 판매액 전체의 25%를 넘지 못하게 하는 규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압박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에도 이 같은 룰을 적용해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에 대한 밀어주기를 막겠다는 의미다.
현대캐피탈 측은 금감원 입장과 관련해 좀 더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전체 현대차 판매량 중 현대캐피탈을 통한 판매 비중은 25%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할부금융을 이용해 현대차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현대캐피탈을 이용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74. 7%에서 현재 약 65%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복합할부금융 가맹점 수수료를 두고 현대자동차 측은 KB카드에 1% 안팎 수준의 수수료율을 적용해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하지만 카드업계가 여전히 1.5% 수준을 원하고 있어 입장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여전법상 가맹점 수수료는 적격비용을 근거로 산출한 단일 수수료를 적용한다”며 카드사들이 현대차의 복합할부금융 상품에만 적격비용 이하로 특혜를 적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방카슈랑스 25% 룰:방카슈랑스는 은행 창구에서 파는 보험상품으로, 은행 지점에서 한 보험사의 상품 판매액이 전체 25%를 넘지 못하게 한 것이다. 보험 계열사를 가진 은행이 계열사 밀어주기를 하지 못하게 한 규제다.
[이유섭 기자 / 배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