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속 나 홀로 성장세를 보이던 홈쇼핑업계에도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납품비리 파문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은데다 실적 부진까지 겪고 있는 것. 최근에는 해외 직구(직접 구매) 인기몰이에 제 7 홈쇼핑업체의 등장마저 예고돼 향후 전망마저 어둡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홈쇼핑 상위 업체들은 모두 실적이 부진했다.
CJ오쇼핑의 3분기 영업이익은 277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16.2% 줄었다. 취급액은 7604억원으로 4.1%로 늘었으나, 매출액(2870억원)은 1.1%, 순이익(162억원)은 25.5% 감소했다.
GS홈쇼핑 역시 같은 기간 취급액(8298억원)은 1년 전보다 10.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75억원으로 20.9%나 줄었다. 순이익도 21.1%나 감소했다. 그나마 불황 속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 현대홈쇼핑도 영업이익은 4.4%, 순이익은 3.9% 줄어들었다.
실적 부진 소식은 홈쇼핑주가에 직격탄을 날렸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업체에 랭크돼 있는 CJ오쇼핑, GS홈쇼핑은 최근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며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 결과 한달 새 CJ오쇼핑은 코스닥 시가총액 5위에서 8위로, GS홈쇼핑 역시 7위에서 11위로 주저앉았다. 현대홈쇼핑 역시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우며 약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홈쇼핑업계 한 관계자는 "TV 자체의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 사이 사이에 껴있는 홈쇼핑 채널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불황 무풍지대라 불렸던 홈쇼핑이었던 만큼 실적 부진의 체감도는 어느때 보다 크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롯데홈쇼핑의 납품비리로 불거진 불공정행위에 대해 정부당국이 고강도 제재 방침을 밝히고 있어 향후 홈쇼핑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당국이 단순한 경고나 시정명령에 그치지 않고 막대한 과징금을 부여할 경우 홈쇼핑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는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는 납품업체를 상대로 이뤄진 홈쇼핑업체들의 불공정거래에 대해 고강도 제재를 예고했다.
뚜렷한 성장 동력이 없는 상황에서 경쟁만 심화되는 모습은 업계 전망에 부정적이다. 내년으로 예정된 제7홈쇼핑 출범 소식과 해외직구의 인기 상승세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중소기업 제품 전용 홈쇼핑을 표방한 제 7 홈쇼핑업체를 내년 6월에 개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 7 홈쇼핑업체가 당장 기존 홈쇼핑업체에 큰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겠지만 이미 시장 포화 상태에서 경쟁을 심화시킨다는 점에선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특히 '해외직구 1조원' 시대에 홈쇼핑에서보다 더 싸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해외직구의 매력은 홈쇼핑업체들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실제 미국 등 해외 유통업체에서 연말 크리스마스나 블랙프라이데이 등을 맞아 큰 폭의 할인 행사에 나서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4분기 홈쇼핑업체의 실적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셜커머스를 비롯해 해외 직구 등 다양한 유통채널이 대중화하면서 홈쇼핑 고객이 이탈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일 경우 이는 고스란히 홈쇼핑 업체의 실적 악화로 연결되기 때문에 4분기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