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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성희 “故 권리세, ‘바쁜 것에 감사하자’고 했었는데···”
입력 2014-11-04 07:22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강태명 기자]
어색한 CG, 볼수록 익숙하던걸요?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볼수록 늪에 빠지는 매력적인 배우요.”
고성희(25)는 MBC ‘야경꾼 일지 중 도하처럼 긍정적이고 자신감이 넘쳤다. 연기력 논란을 겪었지만 드라마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12.5%)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그가 선택한 첫 주연작이자 사극 ‘야경꾼 일지. 그 중심에 ‘악한 도하와 ‘선한 도하를 오가며 1인 2역을 소화한 고성희가 있다. 그는 시청률이 본격 상승한 때가 1인 2역을 연기했을 때”라고 말했다.
마침 1인 2역으로 등장하는 부분에서 시청률이 상승세를 탔어요. 배우로서 ‘잘 해내고 싶다라는 욕심을 채운 순간이었죠. 나의 다른 모습을 보여줄 기회잖아요. 1인 2역은 촬영 시간이 두 배로 걸리는데 스태프 분들과 선배님들께 좋은 결과를 보여줘 다행이에요.”
하지만 초반 연기력 논란을 겪기도 했다. 고성희는 속상하지만 당연히 들어야 할 이야기”라고 말했다. 속마음을 밝히는 목소리가 점점 격해졌다.
이 드라마를 하게 된 자부심이 컸어요. 그런데 연기력에 대해 혹평을 받으니 마음이 불편했죠. 저를 믿었던 감독님이나 선배님들께 죄송하기도 하고···. ‘경험이 많았다면이라고 수없이 되뇌고 자책했어요. 잘 해야 하는데, 이 작품으로 ‘경험하고 성장하는 고성희가 됐으니까요. 그게 죄송해요.”
이런 그와 비슷한 처지의 동료가 있다. 박수련 역을 맡은 서예지다.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라이벌이자 친구로 지난 3개월을 함께 했다.
예지와 초반부터 연기 평가를 받으며 아픔을 같이 했죠. 하하. 둘 다 신인배우이면서 여주인공이고, 함께 성장하는 입장이잖아요. 같이 연기하는 시간이 적어서 더 많이 친해지지 못해서 아쉬워요. 그래도 서로 다른 매력이 있으니까 앞으로의 모습을 더 기대해주세요.”
고성희는 서예지는 유일한 배우 친구”라고 덧붙였다. 그 이전 유일했던 연예인 친구는 지금 하늘나라에 있다. 레이디스코드의 고(故) 권리세다. 두 사람은 가수 연습생 시절을 함께 보냈다. 고성희가 사고 소식을 접했을 땐 ‘야경꾼 일지 촬영에 한창일 때였다.
몸과 마음이 매우 지쳐 있을 때였어요. 분장실에서 졸면서 촬영 준비를 하던 중 친구들에게서 소식을 들었어요. 곧바로 인터넷으로 확인했는데 사실이더라고요. 그 순간부터 정신이 나가서 미친 듯이 울었어요. 각자의 길이 나뉘고 나서 바빠져서 얼굴도 자주 못 봤었는데···. 연락이라도 하면서 ‘바쁜 것에 감사하자고 얘기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고성희의 목소리에는 힘든 시절을 같이 보냈던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 있었다. 그래서 ‘배우라는 직업이 더 소중하다. 자랑스러운 친구가 되고자 하는 뜻일 터. 그는 앞으로도 배우가 유일한 나의 길”이라고 말했다.
배고프고, 목마르고, 고통스러운 게 배우 같아요. 하지만 반드시 잘 해내고 싶은, 그러면 행복한 일이기도 해요. 죽는 날까지 이 일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요. 그럼 웃으면서 행복하게 하늘나라로 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욕심도 많다. 고성희는 훔치고 싶은 재능을 가진 배우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야경꾼 일지를 통해 김성오 선배의 틀을 깨는 연기, 김흥수 선배의 감정 연기, 정일우 선배의 기술 연기와 성실성을 배웠다”며 이 작품을 안했다면 몇 년에 걸쳐 경험해야 했을 것들”이라고 말했다. 이것들은 곧 ‘과부하가 되기도 했다.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죠. 꿈에도 ‘야경꾼 일지가 나오는 지경이라니까요? 심지어 가위에 눌리기도 했어요. 귀신이랑 작업해서 그런가? 하하하. 서운하고 아쉽고 그리워요. 여전히 ‘야경꾼 일지와 이별 중인 셈이죠.”
고성희에게 가장 힘이 됐던 건 ‘칭찬이다. 그는 나에 관한 글이나 댓글은 모두 다 읽었다”며 100개 중 단 하나의 칭찬 글에도 힘이 난다”고 말했다. 고성희의 꿈은 좋은 배우,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
저에 대한 우려와 질타가 많았어요. 그 와중에도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이 늘어났죠. 제게 관심을 주신 모든 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앞으로 더 많은 작품을 통해서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나를 배우로 기억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요. 더 좋은 배우, 더 훌륭한 사람으로 인사를 전할 수 있는 그날까지 지켜봐 주세요.”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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