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암 발병 한수원 책임 판결, 쌍방 항소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이 갑상샘암을 유발한다며 원전 운영사가 손해 일부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과 관련해 한국수력원자력과 피해자가 모두 항소했다.
특히 시민단체들이 한수원을 상대로 준비 중인 집단 손해배상 소송에 수십 명이 참여하기로 하면서 원전 측과 시민단체 간의 법정공방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균도와 세상걷기'의 주인공으로 부산 기장군에 사는 이진섭 씨(48)는 3일 "원전 주변에 수 십년간 사는 주민들이 갑상샘암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나 법원은 한수원의 책임을 피해액의 10분의 1만 인정했기 때문에 항소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1심 재판부가 기각한 이씨의 직장암과 아들 균도(22)의 발달장애 부분에 관해서는 항소하지 않았다.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연제구 부산법원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심에서 국내 최초로 원전 주변 방사선 피해를 인정했다"며 "법원이 기준치 이내의 방사선이라도 장기간 노출되면 암 등의 발병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한수원도 1심 판결이 부당하다며 지난달 20일 항소했다.
특히 집단 손해배상 소송에 전국에 있는 수십명의 원전 인근 거주자들이 참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법적 공방은 규모 면에서도 상당히 커질 전망이다.
부산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지난달 24일부터 집단소송 원고 모집을 해 지금까지 부산에서만 12명이 원고 모집에 응했으며 경북 월성원전과 울진원전, 전남 영광원전 인근 거주자 30여 명도 집단소송 참여의사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달 30일까지 전국 원전의 방사능비상계획구역(원전 반경 8~10㎞) 내 3년 이상 거주 경험자 중 갑상샘암이 발병한 이들을 대상으로 집단 소송을 위한 원고 모집을 진행 중이다.
이에 앞서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2부(최호식 부장판사)는 지난달 17일 이씨 부자와 아내 박모 씨(48)가 한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박씨에게 1500만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씨가 원전 6기가 있는 고리원자력본부로부터 10㎞ 안팎에서 20년 가까이 살면서 방사선에 노출되는 바람에 갑상샘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만큼 피고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부산 = 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