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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M] 채권 `재미`본 기관, 연말 결산 고민
입력 2014-11-03 11:02 

[본 기사는 10월 30일(06:04)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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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도 너무 올랐어요. 이거 내년에 채권 때문에 고생 좀 할 것 같습니다."
국내 A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은 연말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 11월 중순이 되면 연말결산을 준비해야하는데, 채권에서 '지나치게 큰' 평가익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익이 나서 실적이 개선되면 그만큼 좋은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손사래다. 그는 "금리가 추가로 하락(채권값 상승)할 여지가 없어 향후 금리가 오를 경우 올해 이익을 내년에 고스란히 반납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미 많이 올라버린 채권을 어떻게 처리해 나가느냐가 내년 실적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올해 초 까지만 해도 '채권 랠리'를 예상하기 어려웠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미국 양적완화(QE) 종료 이후 금리 상승으로 채권값 하락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글로벌 자금이 채권시장을 빠져나와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이른바 '그레이트 로테이션'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보탰다.
일부 발 빠른 기관들은 채권 비중을 재빨리 줄였다. 그러나 대부분 기관들은 채권을 대체할 투자대상을 찾지 못하고 그대로 쥐고 있었다.

실제 금리 방향은 전문가들 예상과 반대로 갔다. 재빠르게 대처한 투자자들은 뒤늦게 채권 비중을 늘리느라 진땀을 뺀 반면, 느긋했던 기관들은 휘파람을 불었다.
실제로 올해 채권 비중을 늘렸던 기관투자자들은 채권에서 짭짤한 재미를 봤다. 30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217%로 올해 들어 최저치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말 국고채 금리 2.858%에 비해 0.65%포인트 가량 떨어진 상태다. 지난 24일 국고채 금리는 올해 들어 최저치이자 사상 최저 수준인 2.209%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국고채 금리와 연동돼 움직이는 회사채 금리는 하락폭이 더 컸다. 최근 신용등급 'AA-급' 3년물 기준 회사채 금리는 2.554%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금리 3.286% 대비 0.732%포인트 내렸다.
일반적으로 10년 만기 채권(국고채)는 기준금리가 1%포인트 하락(상승)하면 채권 가격은 10% 내외로 상승(하락)한다. 공사채 회사채 등은 이보다 등락 폭이 더 크다.
A연금은 전체 운용자산 중에서 국내 채권 비중이 50% 이상이다. 보유 채권 규모가 큰 만큼 올해 채권금리 하락(채권값 상승)에 따라 대폭 늘어난 이익을 보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A연금 뿐만 아니라 국내 다른 연기금이나 보험사들도 마찬가지다. 올해 채권운용에서 나타난 이익이 주식운용에서 발생한 손실을 메우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A연금 CIO 말처럼 문제는 내년부터다. 기관들은 채권부분 실적 개선이 전혀 달갑지 않다. 올해 이익을 내년에 고스란히 반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관들은 연말에 보유중인 채권을 시가(공정가치)로 평가해 장부에 반영한다. 현금으로 손에 쥔 돈이 아니지만 평가차익은 기관들 실적에 곧장 반영되고 내년부터는 새롭게 계상한 장부가에서 시작해 평가손익을 계산한다.예컨대, 연초 장부에 적혔던 채권 100억원이 가격이 올라 150억원이 되면 연말 장부에 150억원으로 수정해 기록하고 50억원을 손익계선서에 평가차익으로 반영한다. 내년부터는 150억원에서 시작해 연간 평가손익을 계산하는 식이다.
따라서 채권을 당장 팔아치우지 않는 이상 내년 시장금리가 다시 오르면 채권에서 발생한 이익을 고스란히 반납해야하는 구조다.
꾸준히 실적을 내야하는 기관들은 어떻게 하면 올해 채권에서 누린 이익을 보전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채권 비중을 전반적으로 줄이면서 대체투자나 해외투자 쪽 비중을 높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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