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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고준희, 패션계 ‘워너비’ 넘어 이젠 작품으로 ‘워너비’ 될 차례
입력 2014-11-03 10:53 
사진=곽혜미 기자 / 디자인=이주영
나 정은수야. 내가 오디션 볼 짬밥은 아니지” 어린시절 CF 하나로 대세 아역배우로 인기를 끌었던 은수(고준희 분). 자신감도 자존심도 세지만 의외의 허당기까지 겸비한 톱 여배우다. 우연하게 마주친 19금 영화계의 어벤져스 군단과 함께 영화를 찍기로 결정하면서, 찬란했던 인생이 한 순간에 변화하기 시작한다. / ‘레드카펫


[MBN스타 여수정 기자] 오직 단발머리와 패션 스타일만으로 여성들의 ‘워너비에 이름을 올린 배우 고준희가 패션을 넘어 영화계의 워너비를 꿈꾸고 있다.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민 그는 영화 ‘레드카펫에서 어릴 적 잘나갔던 아역배우 출신 은수 역을 맡았다. 기존의 도도한 이미지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허당기까지 더해 새롭다.

‘여우야 뭐하니 ‘걸스카우트 ‘내 마음이 들리니 ‘추적자 ‘야왕 ‘결혼전야 등 전작에서 보여 온 뻔하디 뻔한 캐릭터가 아닌, 가족의 사랑과 꿈에 대한 상처가 있는 인물로 이미지 변신까지 시도하고 있다. 변신하려는 그를 말릴 자 누구인가,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수밖에.

내가 맡은 은수는 아역배우이자 외로운 친구다. 부모님도 이혼했고 진심을 나눌 친구도 없다. 외롭지만 일부러 당당해보이려 하고, 자신의 현재 위치를 내색하지 않으려한다. 은수가 가진 배경 때문에 자칫 ‘레드카펫에서 튈까 고민했다. 하지만 튀지도 않고 등장인물들과 잘 어울려 다행이다. 사실 영화를 촬영한지는 꽤 됐지만 개봉을 하고 다시 영화를 보니 촬영 당시의 기억이 새록새록 나더라. 시나리오보다 잘 나온 것 같더라. 재미도 있고. (웃음) 나와 계상오빠의 로맨스가 조금은 아쉽지만, 영화 속에서 우리 두 사람의 멜로가 주가 아니기에 괜찮다.”

영화상에는 에로영화를 제작하는 19금 어벤져스 군단(윤계상, 오정세, 조달환, 황찬성 등)과 에로영화 제작을 숨기고 또 다른 영화를 제작하는 촬영팀(고준희, 윤계상, 오정세, 조달환, 황찬성 등) 두 개의 팀이 등장해 조화를 이룬다. 19금 어벤져스 군단이 발칙하게 웃음을 책임졌다면, 촬영팀은 잔잔한 감동으로 울림까지 안긴다.

특히 에로영화 제작팀답게 실제로 성인 전문샵에서 촬영이 진행되기도 했다. 홍일점 고준희가 경험했을 성인 전문샵이 궁금해졌지만, 19금 어벤져스 군단이 아니기에 그는 촬영에서 제외됐었다.

난 19금 어벤져스 팀이 아니라 이들과 겹치는 부분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그들이 촬영할 때 일어나는 일이 궁금하더라. (웃음)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다. 극중 은수는 친구도 가족도 없었는데 나 역시 ‘레드카펫에서는 소외감을 느꼈다. 은수나 고준희 입장에서나 왁자지껄한 19금 어벤져스 군단이 부러웠다.”

19금 어벤져스 군단의 촬영이 부러웠다고 말했지만, 이들에게 은수 역을 연기한 고준희가 없었다면 감동을 안길 수 없었다. 은수의 대사는 굳이 아역배우 출신 여배우가 아님에도 공감되며, 꿈을 위해 노력 중인 이들에게는 위안이 되기도 한다.

은수의 대사가 와 닿더라. 사실 난 데뷔한지 10년 가까이 동안 인기가 없었다. 때문에 ‘하지 말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유치원 때부터 컸던 키와 다소 깍쟁이같은 이미지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오해를 받기도 했다. 또한 나를 향한 오해에도 난 부정도 안하고 있으니 더욱 오해가 커졌을 것이다. 하지만 여자이자 배우이기에 가만히 있는 게 나을 것 같더라. 그래야 내가 받는 상처가 덜하다. 나 역시 은수처럼 상황이 안 좋을 때도 오히려 더 당당하게 행동하려하는데, 이 점이 닮아 은수가 짠했다.”
사진=곽혜미 기자

지금은 고준희 머리, 고준희 운동화. 고준희 스타일 등 어딜 가나 고준희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 만해도 고준희는 그리 ‘핫이슈가 아니었다. 수많은 여배우 중 한 명으로 지내오다, 보여주기 위한 꾸밈이 아닌 자신을 ‘본모습 그대로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점차 존재감을 넓혀갔다. 그러니 은수와 어느 정도는 닮아있다.

고1때 스마트학생복 모델 선발대회에서 금상을 받았었다. 그러나 아직 어렸고 자아가 형성되지 않았기에 부모님이 대학을 간 후 연예계에 진출하라고 했다. 당시엔 금상 수상으로 끝났었고 그 후 ‘나는 달린다와 광고를 통해 잠시 활동했다. 힘들게 오디션을 보고 작품에 출연한 배우가 아닌 우연한 계기로 연예인이 된 상황이기에 모든 것이 다 어려웠다. 학교를 다녔음에도 내가 출연작이 있기에 친구들이 연예인으로 느껴,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나 역시 처음에 친해지기 어려운 스타일이라 먼저 다가가지도 못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문득 연기를 하고 싶어 22살 때 다시 시작했다.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고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해 왔다.”

배우 인생에 있어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연기에 대한 고준희의 애정은 예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는 듯했다. 오히려 지금이 신인 때보다 더 긴장하고 조심스러운 것도 같았다.

감정변화 또는 내 삶을 변하게 해준 작품은 없다. 나의 탓이 크겠지만 난 주로 부잣집 딸, 정의로운 여자 등을 연기해왔다. 좋은 감독님과 선배 배우들을 만났기에 인복은 많지만, 아직까지 터닝 포인트로 꼽을 만한 작품은 없다. 어쩌면 ‘나의 절친 악당들(가제)이 그럴 가능성이 크다. 사실 ‘우리 결혼했어요 출연도 큰 각오를 하고 임한 예능프로그램이다. 예능 울렁증이 너무 심하다. 그러나 도시적이고 차가운 역할로 인해 굳어버린 이미지 대신 밝은 모습도 보여주고 싶어 노력했다. (웃음) 대본도 없고 나를 방어해줄 그 무언가가 없는 상태에서 노출됐기에 무서웠지만 억지가 아닌 자연스러운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사진=곽혜미 기자
고준희 말대로 그는 ‘우리 결혼했어요를 통해 밝고 쾌활한 이미지로 변신을 성공했고, 덩달아 패션 스타일까지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때문에 터닝 포인트까지는 아니래도 ‘우리 결혼했어요 출연은 신의 한 수 인 셈이다. 예능 울렁증이 있다곤 했지만 ‘우리 결혼했어요 속 고준희는 가상의 남편 2AM 정진운과 달달한 밀당(밀고당기기)을 하며 몰랐던 매력을 십분 발휘했다. 또 수많은 여성 팬들까지도 얻었다.

즐기지 못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의 마음가짐은 달라졌다. 어느 순간 즐기다 보니 좋은 에너지가 나오는 것 같더라. 고준희 머리, 고준희 운동화 등을 보면 아직까지 신기하고 기분이 묘하다. (웃음) 보여주기 위한 패션이 아닌 나의 평소 스타일을 좋아해줘서 정말 기분이 좋다. 또한 바라는 게 있다면 패션이 아닌 작품 속 연기에 대해 인터뷰를 하는 것이다. 당연히 내 대표작도 있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을 때 자연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부분이기에 노력이 필요하다.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기회가 되면 격정멜로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 (웃음)”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 디자인=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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