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자본 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마련하겠다던 증시 활성화 대책이 시장 기대감만 한껏 키운 채 발표 예정일을 넘기게 됐다. 침체된 시장을 끌어올릴 만한 '한 방'을 기대했던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말 발표 예정이던 주식시장 발전방안의 공개를 미루기로 결정했다. 증시 활성화를 넘어 주식시장이 장기적 발전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면서 준비 기간이 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연기된 발표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앞선 지난 2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10월 중 주식 시장 활성화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혀 2000선을 밑돌고 미국 달러화 강세 기조까지 맞물렸기 때문이다. 이같은 추세가 장기화되면서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증권거래세 인하 ▲연기금의 주식투자 촉진 ▲주가 변동폭 확대 ▲기업 배당 유도 등 여러 방안들이 논의되면서 정부 대책에 대한 업계 관심도 높아졌다.
그러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인위적인 증시 부양에 반대하며 "거래세 인하는 없다"고 못 박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주가는 기업 실적에 따라 움직여야한다는 주장과 함께 국가 세수가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됐다.
최 부총리는 대신 배당을 늘리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고, 연기금·외국계 투자자가 적용받는 5%룰과 같은 경영 관련 규제를 부분적으로 완화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그러나 업계는 증권거래세 인하가 정책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0.3%의 증권거래세가 은행 예금금리인 2%대에 비해 과하기 때문에 세제 혜택을 통해 투자 심리를 촉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주식투자 비용 감소→거래 증가→주가지수 상승→거래증가'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시가 발전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방향이 나와야한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현재로선 기대감이 많이 줄었다"며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증권거래세 인하와 같은 구체적인 내용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내놨다.
이어 "기업의 배당성향을 유도한다는 방안은 강제성이 없어 실효가 낮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고액주 액면분할 등을 보면 기업의 배당 의지는 약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시점에서 활성화 방안을 예정대로 내놓지 못한 것은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반증"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세수가 절실한 정부의 상황은 이해하지만 막연한 활성화 대책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민한 대책들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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