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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자24시]故신해철, 편히 잠 못드나…쟁점 ‘셋’
입력 2014-10-31 11:05  | 수정 2014-10-31 11:34
사진=공동취재단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가수 신해철이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민물장어의 꿈 노랫말 중)라던 그의 바람이 너무 일렀다.
향년 46세. 불의와 타협하지 않던 그는 시대를 대변한 아티스트다.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통찰력과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담긴 노래는 많은 청춘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
그러나 정치적 성향마저 과감히 드러냈기에 그는 부침이 심했다. '100분 토론'에 그보다 자주 출연한 가수는 없다. 반대 편에 선 누군가와 그는 늘 싸워야 했다.
고(故) 신해철의 유해는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추모관에 31일 안치된다. 아쉽게도 당분간 편안히 잠들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료사고 분쟁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길고 긴 또 다른 싸움이 시작됐다. 슬픔에 빠져 있을 수 만은 없다.

소속사 KCA엔터테인먼트 측은 유족과 상의한 결과, 서울 가락동에 있는 S병원을 상대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지난 30일 밝혔다. 변호사 선임은 이미 마친 상태다. 유족 측은 정확한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말을 아껴왔으나 조문 한 번 없는 S병원 측의 태도에 울분을 느꼈다.
일단 표면적으로 드러난 쟁점은 세 가지. ▲ 장협착 수술 외 신해철 본인과 가족의 동의 없는 위축소 수술이 있었는가 ▲ 장협착 수술 자체가 잘못 됐을 가능성 ▲ 수술 후 환자가 심한 통증을 호소했음에도 그에 따른 적절한 진단과 처방이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점이다.
앞서 고 신해철 측 관계자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S병원에서 장 협착증 수술을 받고 가슴과 복부 등에 통증을 호소해 몇 차례 응급실을 오가다가 22일 새벽 S병원에 재입원했음에도 초음파 검사와 심전도 검사시 이상이 없다고 했다더라. 진통제만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 신해철은 결국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고, 서울 아산병원으로 옮겨져 다시 개복 수술을 받았으나 의식을 찾지 못했다.
소속사 관계자는 "심장에는 이상이 없었다. 아산병원 의료진에 따르면 개복시 장협착이 굉장히 심했다더라. 수술 부위가 그렇게 심하게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S병원에서 심정지가 왔을 때 응급처치가 신속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병원에서 쓰러졌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이 부분도 답답하지만 S병원 측의 진료 기록이 허술한 탓에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성토했다.
유족 입장에서는 상당히 의심이 가는 정황이다. 더군다나 부인 윤원희 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신해철의 동의 없이 진행된 수술이 있었다. 그도 이에 대해 항의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개인이 병원을 상대로 의료사고 과실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환자와 의료인의 지식 수준이 다르고, 실제 치료 행위 과정에서 의료인의 재량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소비자원의 의료분쟁 상담 3만 7335건 가운데 피해 구제는 981건, 분쟁 조정은 617건으로 상담 건수의 4.3%만이 구제·조정됐다.
S병원 측은 "의료사고가 없었다"는 공식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신해철 측으로부터 소송이 들어오면 자신들도 법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연한 수순이다. 과실을 인정할 의료진은 사실상 없다.
신해철 측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한 것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의료인의 불법 행위(본인 동의 없는 수술)는 민사소송에 해당한다. 이 위법 행위로 환자가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렀을 때는 형사 소송(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이다. 또한 의료인의 문서 위조도 형사소송감이다.
고 신해철 측은 자료 확보가 관건이다. 스스로 직접 증명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뒤늦게 부검을 한 점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증언과 문서밖에 없다.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싸움을 준비해야 하는 불리한 상황인 것이다. 이는 상당한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시비비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다행인 점은 어느 한쪽이 일방적인 약자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병원도 강하지만, 유족을 응원하는 대중의 목소리도 높다. 이미 그룹 시나위 리더 신대철과 유시민 의원(정의당) 등이 의료사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혹을 규명하고자 하는 말뿐이 아닌, 집단행동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단, S병원 측의 명예훼손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위험한 줄타기'를 각오해야 한다. '깨어있는 의식, 행동하는 양심'으로 대변된 가수 신해철. 그의 걸쭉한 육두문자가 그리워지는 날이 오지 않길 바란다.

fac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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