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를 꿈꾸는 주인공의 눈빛이 불쌍하다. 대부분 서부의 총잡이들은 마초적인 느낌을 풍기기 마련이다. 말을 타고 두꺼운 시가를 입에 문체 황야를 달리는 그런 것 말이다. 하지만 ‘정통 액션 서부극임을 자처하는 영화 ‘웨스턴 리벤지의 주인공 ‘매즈 미켈슨은 그런 분위기와는 달랐다. 과거 그는 ‘한니발에서 렉터 박사 역으로 소름 끼치는 공포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그는 7년간 기다려온 가족을 두 눈앞에서 잃은 아버지 ‘존으로 등장했다. 복수를 다짐한 그의 눈빛은 마치 정의에 불타는 그런 것은 아니었다. 서늘했고, 차분했다. 그래서 더욱 인간다운 복수가 영화에 잘 버무려졌다.
주인공 ‘매즈 미켈슨과 함께 호흡을 맞춘 여배우는 ‘에바 그린 이었다. 이 두 배우의 등장만으로도 관객들을 스크린 앞에 앉힐 수 있는 매력적인 요소는 충분하다고 본다. 영화 ‘300에서 여전사로 등장했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인디언에게 혀를 잘리고 악당 델리루로부터 자유를 억압당했기 때문이다. ‘에바 그린은 오직 눈빛과 표정, 몸짓으로 ‘마델린역을 소화해냈다. 특히 그의 입술에 난 상처는 마치 아름다운 외모와 달리 깊은 마음의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 것을 표출한 듯 했다.
'웨스턴 리벤지' 예고편 캡처
영화 ‘웨스턴 리벤지는 그다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스토리로 스크린을 천천히 채웠다. 존은 덴마크에서 미국으로 7년 만에 이주시킨 아내와 아들을 눈앞에서 잃었다. 아들은 죽은 채 바닥에 누워 있었고, 아내는 범인에게 마차 안에서 겁탈 당하던 중 살해당했다. 존은 결국 현장에서 범인을 찾아 죽인다. 하지만 그 범인은 마을의 절대 권력자 델라루의 하나뿐인 동생이었다. 분노에 찬 델라루는 동생을 죽인 범인을 찾을 때까지 죄 없는 마을 사람들을 한 명씩 죽인다. 두려움에 떨던 마을 사람들은 결국 존을 델라루에게 내놓았고, 죽음의 문턱에서 탈출한 존은 복수를 꿈꾼다.
독특한 점은 등장 인물의 대사가 많지 않았다. 영화는 온전히 서부의 배경을 담고자 했고, 느낌을 녹아내고자 했다. 실제로 서부의 거칠고 황량한 풍경을 사실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유럽, 미주, 아프리카를 넘나들며 촬영을 진행했다. 특히 진한 황토색의 사막 배경과, 잿빛 하늘은 마치 때타지 않은 자연 속에 관객을 담아내는 듯했다. 에바 그린은 그린 스크린 따위는 필요 없었고 모든 것은 자연에 있었다. 자연은 거대했고 광활했고 신비했다.”라며 압도적인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영화 중간 흘러나오는 진한 기타 음악 역시 일품이었다. 대사가 많지 않은 부분에서는 비장함을 더했고, 엔딩 크래딧에서는 진한 여운을 남겼다. 그래서였을까, 영화 상영이 마쳤는데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는 관객도 보였다.
서부극 광팬이었다는 크리스티안 레브링 감독. 그는 어렸을 적 매주 토요일 오후마다 존 포드, 샘 페킨파, 하워드 혹스 감독이 만든 흑백 서부 영화들을 보고 자랐다고 한다. 그는 이번 영화를 제작하며 진정한 정통 서부극 스타일을 연출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가 어렸을 적 존경하던 서부극의 영웅들에 대한 헌사를 위한 것.
젊은 층에게는 생소하지만, 중장년층에게는 레프링 감독이 그랬듯 추억을 곱씹으며 토요명화를 떠올릴 수 있는 영화로 충분했다. ‘웨스턴 리벤지. 92분. 청소년 관람불가. 10.30 개봉.
MBN 영상뉴스국 박영근 인턴기자 [mbnreporter01@mbn.co.kr]